[땅집고] “대출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게 아니라 수요를 더 낮은 가격대로 밀어넣어 그곳을 폭등시킨다. 노원 집값 폭등, 서울 부동산 증여 폭증, 경기도 전세난 심화로 ‘서울 1극화’를 만든다.”
15억원 이하 대출 한도 6억원 이하 제한 등 지난해 6월 정부의 규제보다 더 강력한 한도 3억원 제한이 시중은행에서 시작됐다.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대출 한도 3억원 시대에 펼쳐질 새로운 풍경을 전망했다.
☞입찰가부터 수익률 계산까지…국내 첫AI기반 경매 도우미 등장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최대 한도 6억원에서 한도가 줄어들고, 별도 한도가 없던 비규제지역 역시 동일하게 3억원으로 제한된다.
이주비, 중도금, 잔금 등 집단대출, 기금 대출, 보금자리론, 전세 사기 피해자 구입·경락 자금 대출은 한도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금 증액이 없는 국민은행 대환 대출과 재대출, 상속에 따른 채무 인수도 예외적으로 한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기지보험 가입 중단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하며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
김 소장은 첫번째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들의 거래량 폭발을 예상했다. “은평구 국평 15억원 돌파가 ‘6억 대출 한도’의 작품이었다면 ‘3억 한도’가 새 가격 지도를 그릴 것”이라며 “대출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게 아니라 수요를 더 낮은 가격대로 밀어넣어 그곳을 폭등시킨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수요가 쏠릴 지역으로 노원구를 꼽았다. “집도 안 보고 계약하겠다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소형, 외곽, 저가 순으로 규제가 사다리 아래 칸부터 차례로 불태우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얼어붙는 대신 자산가들의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부동산 증여는 총 1만3518건으로 작년 동기 7391건 대비 약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초구가 1286건, 강남구 889건, 송파구 830건, 동작구 707건, 용산구 671건 등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 순으로 증여가 많이 이뤄졌다.
김 소장은 “정부는 보유세로 매물을 끌어내겠다는데, 매물은 시장이 아니라 자녀 명의로 나왔다”며 “세제의 칼날이 닿기 전에 자산은 이미 다음 세대로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세대란이 수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높은 부동산 가격을 피해 경기도로 이주한 약 8만명이 전세 급등이라는 난관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내 전세 매물은 최근 1년 사이 48.6% 감소했는데, 서울이 17.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경기도 전세가 상승률은 3.48%로 매매가 상승률 2.87% 이상이었다. 김 소장은 “서울을 피했더니 더 큰 산을 마주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세가지 풍경이 “서울 1극화”라는 한가지 현상으로 수렴한다고 평가했다. “물가만큼 집값이 오른 곳은 전국에서 서울뿐”이라며 “나머지 전국 16개 시, 도는 집을 갖고도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봤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똘똘한 한채의 그늘이 곧 대한민국의 그늘이 됐다”며 “대출을 조일수록, 세금을 예고할수록 살아남을 단 하나의 자산인 서울 아파트로 돈이 몰리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