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약사 사옥을 아파트로 바꾸려다가 철근 뚝…대피령까지 내린 이곳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7.12 06:00

[땅집고] 미국 뉴욕 맨해튼 월 스트리트 소재 옛 화이자 본사 건물이 아파트로 용도 변경하는 리모델링 공사 중 붕괴 우려가 제기돼 인근 주민들 대피령이 내려졌다. 21~22층을 지탱하던 건물 내부 기둥이 휘어지면서 고층부 바닥이 처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땅집고] 미국 금융권 심장부로 통하는 뉴욕 맨해튼 월 스트리트에서 오피스 건물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용도 변경하다 내부 철골이 휘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혹시 모를 붕괴에 대비해 인근 건물 주민들과 학교 학생들이 모두 대피했다. 최근 정부가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상가·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가 마냥 남일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의 건물은 1970년대 준공한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 본사. 1905년에 준공한 10층 높이 건물 한 채와, 1960년 지어진 33층 높이 건물 총 2개동으로 이뤄진 오피스다. 코로나 이후 사무실이 비어가면서 활용 방안을 찾다가 2024년부터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화이자 건물은 총 1600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된다. 건물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공중 개발권이 남아있어, 기존 10층 높이던 동을 29층까지 높이기로 했다. 주택형은 침실 한 개짜리 원룸부터, 침실 3개로 구성하는 타입까지 다양하게 마련한다. 2027~2028년 준공하면 뉴욕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오피스-주거 전환 성공 사례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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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리모델링 작업이 다소 까다로운 점이 난관이었다. 화이자 본사가 창문을 따로 열 수 없는 형태의 오피스였는데, 뉴욕 주택법상 아파트는 개방이 가능한 창문이 주택 한 채당 하나 이상 있어야 해 대개조가 필요했던 것. 현재 건물 층수를 높이는 공사와 함께 두 건물에 걸쳐 있는 창문 2000여개를 모두 교체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땅집고] 이달 7일 미국 뉴욕 맨해튼 화이자 본사를 아파트로 용도 변경하는 공사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 조짐을 보였다. 사진은 휘어 있는 기둥 모습. /인스타그램


그런데 현지시간으로 이달 7일 오전 8시쯤 이 현장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건물 윗 부분에서 벽돌이 떨어진다는 신고였는데 현장을 보니 21~22층을 지탱하는 핵심 철골 기둥 두 개가 상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휘어졌던 것이다. 이 변형으로 21층부터 26층 바닥 부분 전체가 아래로 처지면서 고층부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고층 빌딩이 밀집한 월 스트리트 입지인 만큼 사고가 터질 경우 대형 참사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당국은 인근 학교 학생 400여명을 비롯한 주변 오피스 근무자를 모두 대피시켰고 차량 출입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건물 안정성이 확보되면 구조기술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보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건물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불안정한 상태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존 에스포지토 뉴욕 소방청장 역시 “철골 구조 특성상 건물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작지만 국지적 붕괴 우려가 있다”면서 “손상된 건물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우려”라고 전했다.

[땅집고] 고층 오피스 건물이 몰려 있는 미국 뉴욕 월 스트리스 전경. /위키피디아


전문가들은 이번 뉴욕 화이자 리모델링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업지역 상가·오피스·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탈바꿈하는 카드를 꺼낸 시점이라서다. 통상 상업지역 건물들이 도심 입지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들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용도 전환을 위한 공사 과정에서 붕괴 등 안전사고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6월 26일 국토교통부는 ‘비아파트 신규 공급 모델 도입 및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가·오피스·지식산업센터 등을 프리미엄 원룸 및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해 향후 2년간 1만5000가구, 2030년까지 3만3000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맞춤형 금융·행정 지원책도 마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비아파트 전용 특례 ‘PF보증’과 ‘분양보증’을 새롭게 출시해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는 등이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공급목표 달성 시점까지 현장의 목소리에 맞춰 공급체계를 보완·발전하겠다”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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