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알짜 동'만 쏙 빼놓고 재건축…분담금 싸움에 강동구 아파트 초유의 결단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7.11 06:00

[땅집고]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션’ 재건축 구역도. 총 11개 건물 중 사업지 한복판 5동 건물을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서울시


[땅집고]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션’. 1984년 입주해 올해로 43년째인 총 768가구 규모 단지로,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역세권이라 재건축하면 강동구 일대 핵심 아파트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을 모아왔다.

그런데 이달 2일 서울시 재건축 통합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하면서 공개된 이 단지 사업 계획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삼익맨션이 총 11개동으로 구성하는데, 이 중 단지 중심 부지에 들어선 5동 건물 하나를 쏙 빼고 재건축하는 방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통상 사업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같은 단지에 속한 건물은 한꺼번에 묶어서 재건축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삼익맨션 조합은 되레 알짜 땅에 들어선 건물을 제척하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달 6일 기준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 ‘호갱노노’에 삼익맨션이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5호선 역세권 삼익맨션, 50평 형 몰려있는 5동 쏙 빼고 재건축하기로

삼익맨션은 2021년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당초 계획상 기존 768가구를 총 1169가구로 탈바꿈해 대단지 새아파트로 짓는 것이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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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간 갈등이 벌어졌다. 주택형이 전용 57㎡(24평)부터 146㎡(53평)까지 다양한데, 이 중 가장 큰 평수인 146㎡가 몰려있는 5동 조합원들이 추정분담금이 과다하다고 항의하고 나선 것. 대지지분이 가장 많은 주택형인 만큼 자산 가치가 큰데, 대형 주택형이라 소형 대비 실거래 사례가 적어 감정평가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탓에 추정분담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션’ 재건축 조감도 중 사업에서 제척하기로 한 5동 건물이 흰색 유령건물처럼 처리돼있다. /서울시


조합은 5동 주민들을 위해 감정평가 방식을 조정하자는 등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겠다는 판단에 조합이 법원에 공유물 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조합 손을 들어주면서 5동이 별도 필지로 분리됐다. 이후 총회에서 조합원 90% 이상의 동의로 전체 단지에서 5동을 도려내고 재건축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삼익맨션이 5동을 제척하면서 재건축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총 가구수가 768가구에서 708가구로 줄어, 재건축 후 규모도 최고 39층에 총 1169가구에서 990가구로 감소한 것. 앞으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 등을 거쳐 재건축을 마치면 삼익맨션은 신축 단지인데도 낡은 아파트 한 동을 품은, 이른바 ‘구품아’(구축 품은 아파트)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추가분담금 3억~4억 들지만…사업 속도가 관건

업계에서는 삼익맨션 사례가 정비사업 역사상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지 한복판에 있는 건물을 빼고 재건축하는 경우 향후 단지 배치 등 계획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형평수가 밀집한 동을 제외하는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분담금 액수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실제로 정비계획 공람 공고에 따르면 삼익맨션 기존 24평을 보유한 조합원이 25평 새아파트를 선택하는 경우 추가분담금이 3억7000만원, 기존 30평에서 동일한 30평을 배정받는 경우 4억4000만원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등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사업 속도를 위해서는 조합 판단이 최선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이어진다. 최근 서울 재건축 공사비가 3.3㎡(1평)당 1000만원은 기본으로 돌파할 정도로 상승한 데다, 사업비 이자 등을 감안하면 재건축이 늦어질수록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빠른 재건축을 위해 아파트 한 동을 제척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린 삼익맨션 동향을 접한 네티즌들은 “5동 주민들만 새아파트 속 외딴 낡은 단지로 남아있게 됐다니 후회가 막심할 것 같다”, “재산권 고집 부리며 사업 발목을 잡았던 조합원들에게 참교육을 시켜준 재건축 사례 아니겠느냐”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번 쏙 빼고 재건축의 승자는 5동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올린 글에서 “대지지분을 보면 주력평형인 20~30평은 지분이 9~12평대인데 반해 53평으로 이루어진 5동은 35.7평”이라며 “5동을 제외함에 따라 추가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동은 넓은 대지면적으로 기반으로 단독재건축이 가능하다”고 주ㅜ장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부 동을 빼고 재건축할 경우, 게리맨더링 아파트가 늘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리멘더링은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바람에 선거구가 괴물처럼 획정됐다는 의미이다. '

한편 삼익맨션은 2024년 1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단지명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에 동쪽을 의미하는 ‘이스트’, 품격을 뜻하는 ‘프레스티지’를 합성한 ‘써밋 이스티지’가 될 예정이다. 단지 최상층인 39층에는 스카이 커뮤니티와 함께 스카이라운지, 스카이 게스트하우스 등을 마련하고 5000㎡ 규모 중앙광장과 함께 1.5km 순환 산책로도 조성한다. 총 공사비는 5278억원으로 추산됐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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