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가전업계 양대산맥을 지켜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제 주택 시장에서 맞붙는다. 냉장고·세탁기·TV 등 가전 제품을 각각 판매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자사 가전 제품을 몽땅 집어넣은 집을 아예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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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모듈러 주택 시장 진출하자…삼성이 따라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짓는 집은 고층 아파트가 아닌 최고 1~2층 높이 단독주택 형태인 ‘모듈러 주택’이다. 자재를 현장까지 운반해 콘크리트를 타설해가며 쌓아 올리는 일반적인 공법이 아니라, 공장에서 규격화한 모듈을 미리 대량으로 생산해둔 뒤 이를 현장에 옮겨 마치 레고처럼 조립해서 완성하는 형태의 모듈러 건축 방식을 적용한다. 일반 공법과 비교하면 공사 기간을 70~80% 단축할 수 있으면서 균일한 품질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기업 중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LG전자다. 2024년 10월 ‘스마트코티지’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모듈러 주택 시장을 선점한 것. 주택은 크게 1층짜리 ‘모노’ 모델과 2층 높이 ‘듀오’ 모델로 구분하는데, 규모는 실거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20평대를 주로 마련했다. 구매자 취향에 따라 각 주택에 식기세척기, 인덕션, 광파오븐, 정수기, 스마트 도어락, CCTV 등 LG전자의 다양한 가전 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당초 LG전자는 기업·단체 등 B2B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SM엔터테인먼트가 강원도에 보유한 연수원에 스마트코티지를 공급하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부터는 B2C로도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1~2인 가구에게 적합한 8~10평 소형 주택형도 출시하는 등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LG전자의 움직임이 시작된지 약 2년여 만에 삼성전자도 후발 주자로 나섰다. 올해 6월 24일 자체 AI 기능을 탑재한 모듈러 주택인 ‘AI 모듈러 홈’ 쇼룸을 공개한 것.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인 공간제작소가 지은 주택에, 삼성전자의 AI 가전을 탑재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집 안 모두 가전제품을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로 연결해 작동할 수 있는 구조다.
이신영 삼성전자 DA사업부 그룹장은 "향후 3년 안에 1만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모듈러 주택을 교두보로, 아파트·빌딩 영역까지 모듈러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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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 짧지만 생산·운송비 만만찮아…발주처 확보가 관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듈러 주택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가전 제품 고도화로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성장 정체기가 길어진 데다, 해외 저가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단순히 제품을 개별적으로 판매해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자사 제품으로 주택 내부 전체를 장악한 패키지 형태의 모듈러 주택으로 성장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는 2024년 약 5600억원 규모던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이 2030년이면 3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추산했다. 기존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면서 소음·공해·분진 등을 줄일 수 있어 이웃과 분쟁이 없는 친환경 공법인 것도 장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듈러 주택이 두 기업이 쌓아온 가전 제품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신개념 주거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걸림돌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주택 시장에선 아파트가 지배적 주거 형태인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모듈러 모델은 1~2층짜리 단독주택에 불과해서다. 직원용 기숙사나 연수원 형태로 B2B 시장을 공략하더라도 아직 대량 발주 주문을 받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개인에게 판매하려고 해도 모듈러 주택을 사기 전 미리 집을 올릴 땅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B2C 수요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이 공사 기간은 짧긴 하지만 비용은 되레 기존 공법보다 20~30% 정도 비싸다”면서 “아직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모듈러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고, 모듈러를 현장까지 옮기는 운송비도 추가로 들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익을 내려면 일단 물량 확보가 먼저일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