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청년임대주택 유사카지노 논란] ①
청년임대주택 1층에 들어선 홀덤펍
주민들 "담배·소음·주차 문제 심각"
업주 "절차 거친 합법 영업"
[땅집고] 서울 성동구의 한 청년임대주택이 때아닌 갈등에 휩싸였다. 건물 1층 상가에 홀덤펍이 입점한 이후 주민들이 소음과 흡연, 주차 문제를 호소하고 나서면서다. 하지만 해당 업소는 관련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영업 신고를 마친 상태다. 주택과 상가의 소유 구조도 달라 관리 주체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 여부를 떠나 주거 공간과 상업 시설이 한 건물 안에서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홀덤펍은 포커 게임의 일종인 ‘홀덤(Holdem)’과 주류를 판매하는 ‘펍(Pub)’을 합성한 말로 카드 게임과 술을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홀덤은 2028년 LA 올림픽 시범 종목 채택이 거론되는 등 스포츠의 일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내 일부 홀덤펍들은 비밀리에 이뤄지는 환금을 통해 사실상 불법 도박장으로 운영되는 중이다.
땅집고에 전달된 제보 영상에는 늦은 밤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건물 1층에 자리한 홀덤펍이다. 해당 건물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SH 공급 청년임대주택이다. 총 349가구 규모로, 2층부터 16층까지는 청년들이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12월 1층 상가에 홀덤펍이 들어선 이후 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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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은 소음과 흡연 문제다. 주민들에 따르면 영업 시간 이후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의 이용객이 건물 주변을 오가면서 늦은 밤까지 대화 소리와 흡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건물 1층 상가 앞에는 흡연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설치된 상태다. 주민 77명이 참여한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한 입주민은 "홀덤펍이 들어오기 전에는 조용했던 공간이었다"며 "영업 시간마다 사람들이 몰리고 담배를 피우면서 밤에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소음과 흡연 문제뿐 아니라 홀덤펍의 불법 사행성 영업 의혹도 제기했다.
◇ 흡연·소음 이어지는데… SH도 "상가 운영 관여 어렵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주차다. 입주민들은 홀덤펍 이용객으로 보이는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차량은 청년 입주민 차량으로 보기 어려운 고가 차량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민은 "영업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차량들이 있고 지하주차장에서도 흡연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본적인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상가 운영에 직접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청년임대주택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거 공간과 1층 상가는 소유 회사가 다르다"며 "SH는 상가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민원이 들어오면 업주에게 자제를 요청하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정도가 현재 할 수 있는 조치"라며 "영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홀덤펍 측은 주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개선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주 측은 "청년 입주민들이 피해를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손님들에게 건물 앞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안내하고 주변 청소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별도 흡연 구역 마련을 위해 성동구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행성 영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업주 측은 "관련 신고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고 영업 자료도 제출했다"며 "불법 환전 등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영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도 업주도 "억울하다"… 해결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
이번 논란은 단순히 주민과 한 업소 사이의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현행 제도상 홀덤펍은 불법 환전 등 사행 행위가 없다면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이 가능하다. 해당 업소 역시 관련 절차를 거쳐 영업 신고를 마친 상태다. 반면 주민들은 늦은 시간 발생하는 소음과 흡연 등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과 상가의 소유 구조가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되지만, 1층 상가는 별도의 시행사가 소유·관리하고 있어 SH가 직접 운영을 제한하기 어렵다. 결국 주민들은 피해를 주장하고, 업주는 합법적인 영업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규정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서울시는 청년층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도입했다. 높은 집값과 전셋값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위해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도심 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이후 사업은 청년안심주택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공급 과정에서 주거 환경을 둘러싼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주택 정책이 단순히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실제 거주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의 주거권과 상가의 영업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이번 논란은 청년주택 정책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