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실 리스크 방어하는 생존 방식
임대료 인하 거부보다 공실 비용이 더 치명적
우량 임차인 유치가 자산가치 지키는 길
[땅집고]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을 받는 상가 주인 A씨. 최근 기존 임차인이 “영업이 너무 힘드니 월세를 260만원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단칼에 거절했다. 월세를 40만원이나 깎아주면 1년에 480만원, 2년이면 900만원의 임대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A씨는 ‘차라리 내보내고 새 임차인을 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는 상가 임대 시장의 현실을 간과한 치명적인 오판이 될 수 있다. 실제 숫자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새 임차인을 들일 때 발생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요율 0.9% 적용 시)만 해도 대략 315만원이 산출된다. 만약 새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딱 한 달만 공실이 생겨도 손실은 커진다. 날려버린 한 달 치 월세 300만원에 중개수수료 315만원을 더하면, 상가가 단 4주 비어있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615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기존 임차인의 요구대로 월세를 깎아줬을 때 발생하는 1년 치 손실액(480만원)보다, 겨우 한 달 공실이 생겼을 때의 타격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다. 공실 기간 동안 관리비도 상가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대출을 끼고 상가를 매입해 매달 이자를 내야 하면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감정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거부하기보다, 냉정하게 주판알을 튕겨보면 기존 임차인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실익 측면에서 훨씬 이득일 수 있다. 이 같은 계산법은 기존 세입자의 요구뿐 아니라, 새로 들어오려는 예비 임차인이 가격 할인을 요청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생존 방정식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감소, 온라인 쇼핑 확대, 자영업 경쟁 심화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상가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과거에는 임차인이 좋은 상가를 찾아 건물주를 찾아왔다면, 이제는 상가 주인이 임차인을 찾아나서야 하는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실제 과거 ‘A급 상권’이라 불리던 곳조차 공실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신도시나 신규 택지지구 등 상가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장기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실 리스크를 마주한 상가 주인일수록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가가 비어있을 때 발생하는 고통은 단순히 임대 수입이 끊기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낮추면 상가 가치가 떨어진다고 단정 짓는 매도인들이 많지만, 장기간 공실을 유지하며 상권 전체가 죽고 자산 가치가 자연스럽게 추락하는 일이 현장에서는 더 흔하게 발생한다. 무조건적인 거절보다 주변 시세와 본인의 금융 여건을 따져 적절한 선에서 임대료를 타협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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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가가 이미 비어버린 상태라면 적극적인 해소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문 앞에 ‘임대 문의’ 스티커를 붙여놓고 막연히 기다리는 방식은 지금 같은 침체기엔 통하지 않는다. 상가가 노후화됐다면 시설을 선제적으로 보수해 상품성을 높이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나 창업 컨설팅 관계자들과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빠른 시간 내에 공실을 턴 상가들을 보면 인테리어 비용을 직접 지원하거나,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Rent-free)’ 마케팅을 적극 도입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신도시 상가 중 3개월 렌트프리를 과감히 제안해 우량 임차인을 유치한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공실 장기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조급하게 아무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세입자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거나 임대료를 장기간 연체하면, 차라리 상가를 비워두느니만 못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할 때는 임차인의 업종 관련 노하우, 운영 능력, 창업 의지 등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우량 임차인 선별 능력이 필요하다.
계약 이후에는 임차인을 부려야 할 대상이 아닌 공생해야 할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임차인이 사업에 성공해야 상가 주인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세입자가 제기하는 불편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홍보해 마케팅을 돕는다. 철저히 ‘임차인의 관점’에서 상가를 관리해야 공실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권강수 상가의신 대표, 정리=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