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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 ETF 4년간 11배 성장 비결은…'상품 베끼기' 논란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6.07.02 06:00

반도체 ETF, 타 운용사 베꼈다는 의혹
KB와 3위 경쟁→보수 인하, 베끼기 관행으로

[땅집고]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한국투자신탁운용


[땅집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상장지수펀드) 운용 규모가 최근 4년 사이 무려 11배 성장한 가운데 타 운용사와 비슷한 ‘베끼기’ 상품 출시가 그 비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객들에게 적절한 보수를 받고 양질의 상품을 기획하고자 했던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보수 인하 경쟁에 뛰어들게 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3일 출시한 ETF인 ‘ACE K반도체TOP2+’가 타 운용사의 상품을 노골적으로 베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반도체주가 해당 펀드 포트폴리오의 70%정도를 차지한다는 점, 상품명에 ‘TOP2’, ‘플러스(+)’ 등 유사한 용어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한투운용은 2021년 말 배재규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2022년 ETF 브랜드를 기존 ‘KINDEX’에서 ‘ACE’로 바꾼 후 운용 자산 규모를 3조원 규모에서 35조원 규모로 11배 이상 키웠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타 운용사 상품 베끼기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뜨는 테마’ 반도체·SMR·로봇 ETF, 카피 상품 연달아 출시

최근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특정 테마가 부상할 때마다 ETF 상품의 구조를 카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한투운용은 명칭까지 그대로 복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지난 3월 상장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담았고,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기를 핵심자산으로 편입했는데, 한투운용 역시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신한운용의 상품은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ETF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해당 ETF에 유입된 자금은 총 3조5545억원으로 같은 기간 시장 전체에서 1위다. 총 자산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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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한투운용이 앞서 출시한 상품들이 타 운용사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휴머노이드 로봇, 수출 핵심 기업 ETF와도 테마가 겹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2월 출시한 ‘ACE 미국SMR원자력TOP10’는 이미 시장에 출시돼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있는 ETF 상품들의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원자력SMR’,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AI전력SMR’,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원자력SMR’ 등이 있다.

한투운용은 핵심 수출 산업과 우량 기업들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펀드인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테마로 하는 투자 상품인 ‘ACE K휴머노이드로봇산업TOP2+’를 각각 3월과 4월 출시했다. 수출핵심 테마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로봇산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땅집고]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 ‘독창성’ 내세운 한투운용, 수수료 인하 경쟁하며 품질도 저하

업계에서는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에 한투운용도 뛰어든 것을 카피 상품 출시의 원인으로 꼽는다.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관리, 운용 수수료인 보수를 인하하면 ETF 상품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 베끼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투운용은 작년 7월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KRX금현물’ ‘ACE 200’ ‘ACE 200TR’ 등 5개 ETF의 총 보수 인하를 결정했다.

이전까지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보수를 낮추지 않는 대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2024년 ‘자본시장 컨퍼런스’에서 “ETF 시장에서 운용사 간 보수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낮은 보수가 시장의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출혈 경쟁을 지적한 바 있다. 2025년 초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업계 선두권 자산운용사가 보수 인하 경쟁을 펼칠 때도 거리를 뒀다.

배 대표의 전략 변화의 배경은 KB자산운용과 순위 경쟁이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총 505조 규모 ET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자산의 총액은 35조5427억원으로 전체의 7.03%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은 37조4060억원, 7.4%로 근소하게 앞선다.

카피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는 한투운용의 행보는 스스로 밝힌 성장 비결과 정반대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투운용 ETF는 2022년 10월 KINDEX에서 지금의 ACE로 리브랜딩한 후 급성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시 3조원 규모였던 운용자산 규모는 올해 6월 29일 기준 35조5427억원으로 성장했다.

작년 11월 리브랜딩 3주년 행사에서 한투운용 측은 이러한 성장 비결로 독창성 있는 상품 기획을 내세웠다. 당시 남용수 한투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남이 만든 지수를 값싸게 들여와서 싼 가격의 ETF를 내놓는 것이 아닌, 직접 연구를 통해 최고 품질의 지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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