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젠 닥공" 청와대 실장이 무전술 참패 월드컵 감독과 겹쳐 보이는 이유

뉴스 글=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입력 2026.06.30 09:42 수정 2026.06.30 10:27

[기고] 말로만 공급 그만, 인·허가 데이터로 증명할 때 |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최민섭 교수/조선DB


[땅집고] “원인을 알 수 없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보다 국민들을 더 절망케 한 것은 경기 직후 홍명보 감독의 한마디였다. 전술 부재로 빚어진 참패 앞에서 책임마저 회피하는 지도자의 구태를 보며 국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결과로 증명하고 결과로 심판받아야 할 자리에 앉은 이의 무책임한 발언이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라인에서도 그대로 오버랩된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시장 불안을 두고 고금리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에 따른 ‘구조적 공급 부족’ 탓으로 돌렸다. 시장의 거시적 흐름을 짚은 진단 자체는 맞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동안 투기꾼 책임론을 강조하던 김 실장이 이 진단을 왜 '지금에서야' 전면에 내세우느냐는 점이다.

시간을 작년 6월로 돌려보자. 당시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인허가 실적 급감과 원자재 가격 폭등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2026년을 전후해 심각한 '공급 절벽'이 찾아올 것이라고 수없이 경고했다. 부동산은 착공에서 입주까지 최소 3~4년이 걸리는 시차가 존재하는 산업이다. 당시에 공급 불씨를 살려놓지 않으면 지금의 대란이 터질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었다. 그런데도 투기꾼 책임론을 내세워 토지거래허가제의 서울 전역확대, 대출규제, 다주택자 중과세 등의 초강공 수요억제 정책을 펼쳤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늑장 대응과 정책 타이밍 실기(失期)로 시장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당시의 경고를 무시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면 그것은 '무능'이고, 공급 부족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 계산이나 규제 일변도의 타성에 젖어 방치했다면 그것은 국민 주거권을 담보로 한 '정책적 배임'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관보나 보도자료 몇 줄로 여론을 호도하고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제 '정보 비대칭'의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의 국민들은 AI와 디지털 툴(Tool), 프롭테크(Proptech) 앱으로 무장하고 있다. 실거래가 추이, 재건축 진행 속도, 지역별 분양 물량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국민들의 손안에서 공유된다. 정부가 내뱉는 말 한마디, 대책 한 구절은 즉각 데이터화되어 교차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른다.

국민은 더 이상 일방적인 정책 지시의 수용자가 아니다. 국가의 정책 설계 능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무서운 감시자다. 말로만 "공급을 늘리겠다"고 외치고 실제 인허가 데이터는 쪼그라들어 있는 모순을 국민들은 이미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이제 현란한 말잔치를 끝내고 '국정 실력'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눈앞의 여론을 달래기 위한 단기 요법(전투)에 집착하다가, 주택 시장의 장기적 안정성(전쟁)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장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가동하고 공급 파이프라인을 획기적으로 뚫어내야 한다.

국정 운영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전 재산이 걸린 엄중한 행위다. 월드컵 무전술 참패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민들에게 주거 불안이라는 '정책적 배임'의 비극까지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이 아닌 실천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정부에게, 시장과 국민이 허락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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