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 금융사고, 내부 시스템 아닌 외부 적발
"외부 사기 사전 인지 불가, 내부통제 사안 아냐" 반론
[땅집고] 최근 우리은행에서 40억원이 넘는 대출이 허위 매매계약서를 기반으로 실행됐다는 것이 내부 시스템이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그룹이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가짜 서류를 걸러내거나 선제적으로 적발할 방법이 없는 등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인해 40억8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할인 분양 사기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실제 분양대금에 대한 한도보다 더 큰 액수의 대출이 실행됐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사고가 외부 기관에 의해 적발되면서 우리은행의 시스템에 허점이 생겼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내부 직원의 횡령이나 배임에 의한 내부통제 사고는 아니라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지만, 허위 서류를 믿고 사기 혐의자에게 수십억원대의 대출을 내줬다는 면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 “내부통제 사안 아냐” 선 긋지만 여신 심사 허점은 명백
이번에 적발된 금융사고를 통해 우리은행 시스템이 허위 서류를 활용한 외부 사기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2024년 8월경 상가를 할인 분양하는 과정에서 실제 분양대금과 다른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과다 대출을 받은 사례다.
최근 IBK기업은행 역시 유사한 유형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사고 규모는 47억 8500만원이며, 이 역시 할인 분양 과정에서 서류를 허위로 꾸며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시기 경찰에서 은행에 자료 요청했다는 점에서 동일인이 주도한 조직적인 할인 분양 사기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외부인 사기에 의한 금융사고의 경우 대출 부실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 어렵다”며 “해당 사고를 내부통제 부실로 연결하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런 사고를 내부통제 부실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출 실행의 근거가 분양계약서가 유일한 데다 부실 여신이 아닌 이상 부당 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자가 허위 서류를 내고 터무니없는 거액의 대출을 받는다 해도 이를 내부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다는 변명을 일반 소비자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온다.
과거에도 우리은행은 유사한 사례로 인해 내부통제 허점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24년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상 600억원 규모(부당대출 350억원 상당)의 부적정 대출 사건이 터졌다. 손 전 회장이 부당대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가짜 매매계약서로 실거래가를 부풀리는 등 구조가 유사하다. 이 역시 은행 자체적으로 걸러낸 것이 아니라 금감원 검사로 적발됐다.
◇ 내부통제 강화 무색해지는 ‘책임 축소’ 시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후에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윤리경영실과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 속에서 2023년 14건(383억원), 2024년 23건(1100억원), 2025년 3건(1154억원) 등 은행권에서는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한 사례도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발생한 1078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2025년 6월 공시했다. 이 역시 위조 신용장을 기반으로 현지 기업에 대출이 실행된 사고였지만, 국외 점포, 해외 법인 대상으로 구축해 운영하던 ‘글로벌 내부통제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 산정 기준 검증 도중 이상거래 징후를 발견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법인의 현지 채용 직원이 저지른 52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역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부인 사기의 의한 부당대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은행권은 오히려 금융사고 공시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작년 12월 은행연합회에 외부인 사기에 의한 사고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공시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