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이면 강남 살던 시절 끝
같은 월세 내도 거주지는 해마다 외곽으로 이동
"다음은 노도강?" 서울 월세 상향 평준화 현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세 물량이 줄고 집값과 전세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같은 월세를 내더라도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의 수준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월세 300만원이면 강남권 신축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비강남권 신축 단지가 같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월세의 상향 평준화’라는 말이 나온다. 월세 금액은 비슷하지만 같은 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은 강남에서 비강남, 다시 서울 외곽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 300만원 가지고 강남 아파트에서 마포·강동으로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월세 300만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의 변화가 뚜렷하다. 2022년만 해도 월세 300만원이면 서울 강남권 대표 고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4㎡는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280만~370만원 수준에 거래됐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 131㎡도 보증금 6억원·월세 3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2차 전용 84㎡ 역시 2022년 11월 보증금 5억원·월세 300만원에 거래됐으며,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도 2023년 보증금 6억원·월세 315만원에 계약됐다.
2023년에는 월세 300만원 수준의 거래가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 기준 보증금 3억원·월세 305만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4년에는 같은 수준의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단지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까지 내려왔다. 같은 월세를 내더라도 강남권 대형 신축에서 비강남 핵심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로 선택지가 이동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가 보증금 5억2000만원·월세 320만원에 계약됐다. 특히 같은 평형대가 올해 1월만 해도 보증금 1억원·월세 150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만에 월세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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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노도강?…서울 외곽도 월세 상승
월세 상승은 이제 강남이나 인기 신축 단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1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월세 300만원 이상 거래는 36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했다. 특히 동대문구(18건→48건), 은평구(5건→15건), 강서구(3건→13건), 성북구(5건→12건) 등 강북권과 외곽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 건도 없었던 노원·도봉·강북구에서도 올해 월세 300만원 이상 거래가 7건 발생했다.
실제 월세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전용 68㎡는 지난달 보증금 3000만원·월세 120만원에서 이달 보증금 5000만원·월세 150만원으로 올랐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도 지난 5월 보증금 3억원·월세 94만원에서 이달 보증금 5억원·월세 100만원으로 상승했다. 바로 인근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1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이 4월 보증금 동일 기준 월세 265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월세가 45만원 뛰었다.
노원구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5㎡ 역시 지난 3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노도강 월세 300만원이 현실화됨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 서울 신축은 “월세 300만원이 기본일 것”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화제가 됐다. ‘서울 신축은 월세 300만원이 기본이다’라는 글을 올린 부동산 투자 블로거 ‘까르’는 “2021년에는 월세 300만원이면 헬리오시티에 살 수 있었고, 2024년에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향후에는 노도강 신축도 월세 300만원이 일반적인 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감소하고 반전세·월세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점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여기에 집값 상승과 보유세 부담, 금융비용 증가 등이 겹치면서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주택정보마당의 이달 월세가격 체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73%가 “월세가 올랐다”고 답했다. 다음 달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은 약 72%에 달한 반면 하락을 전망한 비율은 단 1%에 그쳤다. 월세 상향 평준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근거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