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주, TSMC 성장과 함께 10년간 집값 두 배 상승
평균 가구소득 2억원 육박 '대만 평균의 5배 수준'
집값·물가 급등…양극화는 변수
[땅집고] “성과급이 나오면 부동산 중개업소로 향해요. 저 출산이라고는 하지만 여기 지역만큼은 과밀학급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대만 신주(新竹)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본사가 자리 잡은 이 도시에는 독특한 신조어가 있다. 바로 ‘주커 마마(竹科媽媽)’다. 신주과학단지(竹科)에 근무하는 반도체 엔지니어 남편을 둔 전업주부를 뜻한다. 한국에 ‘동탄맘’이 있다면 대만에는 ‘주커 마마’가 있는 셈이다.
TSMC와 신주, 삼성전자와 동탄. 반도체 산업이 도시 하나의 경제와 부동산, 생활문화까지 통째로 바꾸는 현상이 대만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본사가 있는 신주시는 수도 타이베이로부터 고속철도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지금은 대만을 대표하는 첨단산업 도시지만, 과거에는 농경지가 대부분인 평범한 지방도시였다. 1980년대 신주과학단지가 조성되고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만 통계국에서 발표한 TSMC의 신입 엔지니어 연봉은 100만대만달러(약4300만원)으로 대만 평균급여의 2~4배에 달한다.
급여가 오르면서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현지에서는 성과급 시즌이 되면 엔지니어들이 현금 뭉치를 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공인중개사 린핑양은 “우리 고객들은 보너스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주 말한다”며 “대부분 새 차를 사거나 주택 계약금으로 쓴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신주 북부의 주거 중심지인 주베이의 집값은 두 배로 뛰었다.
◇’반도체 효과’ 신흥 부촌 떠오른 대만 주베이…한국 동탄의 미래 모습?
실제로 2023년 당시 신의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신주의 집값은 과거 5년 사이 99%나 치솟았으며 이는 대만 평균의 거의 3배에 달하고 그 다음해인 2024년 기준 신주 집값은 7년 전보다 2.6배 올랐다는 수치가 나왔다.
특히 신주 인근 주베이(竹北)는 고소득 엔지니어와 연구인력이 대거 유입되며 대만 최고의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동탄과 닮은 모습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동탄과 수지, 분당, 광교 등 반도체 산업벨트 인근 지역의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신주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집값 상승과 출산율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만 역시 한국처럼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신주 지역 만큼은 예외로 꼽힌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몰려들면서 출산율이 대만 평균을 웃돌고 있다.
교육 문제는 주커마마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다. 공립학교들은 학생 수가 넘치다 보니 시험 성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기준에 들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먼 거리로 통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급증해 과밀학급 문제가 제기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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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주의 화려한 성장 뒤에는 그늘도 있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근로자들은 급등한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소득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부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도시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
NYT는 최근 또 다른 기사에서 대만 경제 성장의 과실이 TSMC 주주와 고소득 반도체 종사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NYT는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동안 다른 산업은 부진을 겪으며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주 사례는 반도체 산업이 도시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산 격차와 양극화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탄과 용인, 평택으로 이어지는 국내 반도체 벨트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