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해제 권한까지 부여
"뉴타운 해제 잔혹사 반복될라" 우려
청원 10일 만에 1.6만명 돌파, 성립 요건 34% 달성… 내달 17일 마감
[땅집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부동산 정책 및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정비구역 해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의 사업 지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목동 등 주요 단지 사업 지연 우려”… 야당 ‘6·3 지방선거 보복 입법’ 논란도
지난 16일 국회 전자청원 시스템에 등록된 ‘부동산 권한 국토부 이양 법률 개정안 반대 및 심의 중단 청원’ 청원이 25일 오후 2시20분 기준, 1만8193명의 동의를 얻으며 성립 요건인 5만명의 36%를 달성했다. 이는 약 10일 만에 1만8000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청원 마감일은 내달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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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발의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주택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통과 반대와 즉각적인 심의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개정안들은 기존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정비구역 지정, 조합 감독 등의 핵심 부동산 정책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청원인과 참여 시민들은 “권한이 중앙정부로 귀속될 경우 당장 지역 재건축 사업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며 여대야소 상황에서의 졸속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주요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지자체가 아닌 중앙부처가 전국의 부동산 정책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 현장 대응력이 떨어져 심각한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가 단일 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획일적 통제 방식은 민간의 자율적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해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청원인은 또다른 쟁점으로 여당의 ‘정치적 보복’을 짚었다. 청원인은 “이번 개정안들은 6·3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직후,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권한을 박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선거를 통해 표출된 서울 시민의 민의를 입법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며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청원에 동참했다고 밝힌 한 청원 참여 시민은 “기존 서울시장이 갖고 있던 재건축·재개발 권한이 국토부로 이양되기라도 하면 서울시가 추진해 온 재건축 속도전은 무력화되고, 약 30조원에 달하는 서울 영등포구 목동아파트 등 주요 사업지의 속도는 대폭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장관 직권’ 정비구역 해제도 가능한 법안… 본격적인 법안 소위 심사 초읽기
그간 여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 주택 물량 중 40%가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았다며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허가권 분산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당초 자치구로 권한을 하부 위임하자는 논의와 달리, 실제 발의한 법안은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중앙정부(국토부)도 권한을 갖게 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지자체의 반발을 샀다.
이 중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개정안은 올해 1월 23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광역지방자치단체장(지자체장)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직접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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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당 법안에는 국토부 장관에게 정비구역 지정뿐만 아니라 ‘해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 논란이 됐다. 국토부가 지자체장이 지정한 정비구역을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게 되면서, 정비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뉴타운·재개발 대거 해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올 1월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지난 4월 1일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에 공식 상정됐다. 당일 회의에서 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거쳐 현재는 법안의 세부 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어 본격적인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상정 이후 본격적인 법안 소위 심사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급증하는 이번 국민동의청원이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