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계 3위 부동산 세금"…국민도, 정부도 '보유세 가스라이팅' 당했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6.25 14:34 수정 2026.06.25 14:48

[기자수첩] 진보 정권의 반복된 ‘보유세 가스라이팅’
이 대통령 주장한 ‘실효세율’은 단순 비교 어려워
한국 보유세 자체도 낮지 않고, 실부담은 최고 수준
이번에도 무주택자 주거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 'X(옛 트위터)' 공식계정에 올라온 보유세 관련 발언. /X 캡쳐화면


[땅집고]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권은 집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시도해 왔다. 정부 고위 관료들과 지식인, 언론은 매번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주장해 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같은 논리로 종부세 세율과 대상을 강화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 보유세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당시 언론자료는 세계 주요 도시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한 것으로, 도쿄 약 1.7%, 뉴욕 약 1.0%, 상하이 0.4~0.6% 등에 비해 한국은 OECD 평균(0.33%)의 절반 수준인 0.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날 소셜미디어 ‘구두 개입’은 많은 공감을 받았고, 몇 달 후인 현재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 세금을 높이겠다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한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국민 대부분이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가 선진국에 비해 정말로 낮다고 믿기 때문인 듯하다. 대통령과 정부 관료, 언론, 각계 지식인들까지 그렇게 주장할 뿐만이 아니라 ‘실효세율’ 같은 그럴듯한 근거까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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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율이 낮을까? 우선 이 대통령이 근거로 든 실효세율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이 ‘보유세 실효세율’이란 OECD 공식 통계가 아니고 민간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인데, 나라별로 다른 경제 규모에 맞춰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3월 보고서를 통해 실효세율 비교가 적절치 않음을 지적하며 “국가별로 부동산 (실효세율 기준인) 시세 산정 방식이 다르므로 국제 비교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OECD 공식 통계상, 한국 부동산 세금 세계 3위

/조선DB


실제로 경제 규모와 보유세 비율을 비교한 OECD 공식 통계상으로 한국의 보유세 부담률은 중간 수준이다. OECD 는 실효세율이 아닌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을 공식 통계항목으로 매년 집계한다. 여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7%로, OECD 전체 회원국 38국 평균(0.95%)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전체 회원국 중 순위도 17위로 중간보다 높다. 한국의 보유세가 낮다고 주장하는 자료를 매년 발표하는 ‘토지+자유’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실효세율은 0.72%이다. 세계 4번째로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다. 그러나 영국은 주택보유세가 아예 없고, 주택소유여부에 관계 없이 거주자가 내는 주민세만 있다. 영국은 실거주하는 1주택자는 양도세가 전액면제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동안만이 아니라 취득·보유·양도하는 전 과정에서의 세금 부담률을 보면 한국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부동산 취득세·인지세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양도세(0.66%)도 세계 3위다. 취득·보유·양도세를 합친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한국이 3.03%로 미국(4.22%), 영국(3.97%) 다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은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별도의 부담을 지게 한다. 취득세의 경우 한국에서는 다주택자의 세율이 최고 8~12%까지 급등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취득세 대신 주별 거래세가 부과되는데 세율은 대체로 0.1~2% 수준에 불과하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지도 않는다. 전국 주택 보유 가구 수와 가액에 따라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도 한국에만 존재한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미국은 다주택자 중과세가 없다. 독일은 10년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주택 수와 상관없이 양도소득세가 전액면제된다. 다주택자가 임대주택공급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보유세 높지만 낸 만큼 소득세 차감

부동산세가 한국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는 미국도 따지고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납세자의 실제 부담률을 낮춰준다. 미국에서는 부부 공동명의자가 최근 5년 중 2년 이상 거주했다면 양도차익 최대 50만달러(약 7억551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한다. 보유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도 집주인이 바뀌지 않은 경우에는 상승폭을 연 2%로 제한한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양도세 과세표준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구조다. 한국은 집값 변화 뿐 아니라 정부가 정하는 공시가격,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변화에 따라 1년 사이에도 보유세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다 미국은 주정부에 납부한 보유세를 연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차감해 주는 공제 제도가 있다. 보유세를 많이 내면 소득세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단순 보유세 비교가 아닌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고려하면 미국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렇듯 한국의 보유세 세부담은 결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취득세·양도세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할 경우 한국이 이미 최고 수준의 부동산 세율을 부담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한국의 부동산 세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다’고 믿고 있다. 지난 20년 넘게 진보 정부와 소위 지식인들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 온 탓이다.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도 틀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보유세 증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고 세입자들에게 전가돼 실수요계층의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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