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등 ‘미실현소득 과세’ 주장에 시장 ‘충격’
과거 위헌 논란 있었지만 이론상 불가능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제 이어 초법적 과격 조치 가능성에 촉각
[땅집고] 투자로 인한 미실현 이익도 소득으로 간주해 포괄적으로 과세한다는 이른바 ‘소득세 포괄 주의론’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인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여당 일부 의원과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학술 토론회에서 거론한 단계일 뿐임에도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등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것 같았던' 과감한 조치들이 연달아 실제 도입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조국혁신당 차규근·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민주노총·한국노총과 공동으로 ‘자산소득 과세 공백과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현행 소득세법이 근거를 둔 '소득원천설'이 과세 공백으로 공평성과 조세 중립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순자산증가설'을 기반으로 한 포괄주의 방식이 공평 원칙에 부합하고 조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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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의 내용처럼 소득세 과세가 순자산증가설의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주식 투자로 인한 미실현 이익에도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는 주식투자로 인한 소득은 미실현 이익은 물론 국내 주식의 양도소득세도 면세된다. 부동산은 처분할 때 매수 매도 가격의 차익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만 과세하는데, 이미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가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일부 주장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과세 체계 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시장에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황으로 가계와 기업에 유입되는 자금이 하반기 이후 선호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만큼, 세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여당 국회의원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미실현 소득 과세를 거론하자 시장에서는 미실현 소득에 과세한다는 소득세 대전환이 미리 예고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마침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도 주식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우려가 선제 반영됐기 때문이란 설까지 나왔다.
◇미실현 소득 과세, 위헌 논란 전력…일각선 “충분히 가능성 있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주장된 바 있으나 현재까지는 소수설에 불과한 상태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현행 양도소득세와 더해 이중 과세로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괄주의 과세 논리 자체는 법인세법에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만큼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있다.
과거 미실현 소득 과세가 위헌 논란을 일으킨 전례도 있다. 1989년 제정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중 하나인 토지초과이득세가 미실현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고 1994년 헌법 불합치 판결에 이어 1998년 IMF 시절 경기부양 조치 일환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 판결은 토지초과이득세가 이중과세임을 문제 삼은 것 뿐, 미실현소득 과세 자체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번 토론회 주최자 중 한 사람인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4월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 재도입, 종합부동산세 인상, 장기보유 특별공제 폐지(소득세법) 등 '부동산 3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의 법안에는 토지 가격이 과세기간에 하락한 경우 이월하여 공제하고, 토초세와 양도소득세 이중부담을 조정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에서 토초세를 공제하는 등 위헌 요소가 배제돼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아파트거래허가제 이미 도입
무엇보다도 이재명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과격한 조치들이 현실화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를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과반의석(161석)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 부담 증가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소득세법 전면 개정을 통한 미실현 소득 과세도 ‘충분히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설이 힘을 얻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구 전역을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투기 성격을 가진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유재산권 행사인 아파트 거래에 앞서 국가나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는 공산국가를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일부 지역도 아니라 서울 전역과 인접지역까지 한번에 묶는 과격한 조치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위헌 가능성을 우려해 유보한 바 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