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판 록히드마틴' 꿈 한화 김동관, 중대재해 리스크로 발목 잡히나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06.24 06:00

[중대재해 리스크] 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잇단 사고, 한화 최대 리스크로
ESG 등급 흔들, "후진국 형 재해" 비판 쏟아져
김동관 부회장 중처법 처벌 대상 여부에 '촉각'

[땅집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운데)가 1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앞에서 화재로 7명의 사상자 발생한 사고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뉴스1


[땅집고]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항공·우주산업으로 외형 확장을 선언했다. 하지만 방산 분야 주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그룹사에서 연달아 터진 산업 재해에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다. 자칫하면 방산 사령탑인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 구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는만큼 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판 록히드마틴’ 꿈…대전사업장 사망 사고가 최대 리스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KAI 지분 6.50%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이날 이사회를 열어 연말까지 5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12%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의했다. 한화는 “KAI가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결합한 시너지로 국가 차원의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지난달 KAI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한 데 이어, 공격적 지분 매입을 통해 ‘한국판 록히드마틴’ 전략을 본격화했다고 평가한다.

☞지금 방 등록하면 수수료0원에 커피 공짜…빈 방 해결엔 단단홈즈

한화그룹 주가는 올해 들어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크게 뛰어 올랐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이후에도 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방산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출 확대에 따른 중장기 성장성이 부각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시가총액 기준 삼성그룹·SK그룹·현대차그룹에 이어 재계 4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때마침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사망 사고가 한화그룹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미사일 세척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현장에 있던 근무자 7명 중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8년 새 동일한 사업장에서 세 차례 유사한 폭발 사고가 반복되며 사망자가 모두 13명에 이른다.

◇ “K-방산 주가 치솟아도 중대재해는 후진국 형” 비판 쏟아져

사고 직후 한화그룹이 외형 확장에만 수조 원을 쏟아부으면서도 현장 안전 관리에는 인색했던 경영 구조가 연쇄 참사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3년(5943억원)에서 지난해(3조893억원)까지 5배 이상 급증하는 동안, 공식 회계 기준 안전보건 예산은 2023년(72억원), 2024년(35억원), 2025년(68억원) 지속 감소하는 추세였다. 사내 최고안전책임자(CSO) 및 안전 총괄 조직인 환경·안전·보건(ESH) 실장의 직급이 기존 상무급에서 2024년 말 부장급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단, 회사는 “2025년 실제 안전보건 예산 집행액은 책정액의 두 배인 135억원”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이후 외부 인사와 노조 추천 직원을 포함한 독립기구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14일)하는 등 후속 대책에 나섰지만, 노동계의 시선은 차갑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안전문화혁신회에 대해 “법적 강제력도 없는 사설 자문기구이자, 최고경영진을 지키기 위한 법률적 방패막이자 면피용 기구”라고 비판했다. 회사가 안전문화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운 문일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한화손해보험 사외이사·ESG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사실상 한화의 내부 인사 출신 인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산재로 인한 경영 리스크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중이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ESG 등급이 이번 사고로 인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지난해 ESG 통합 등급에서 등급, 안전과 관련된 사회 분야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중대한 사고였던만큼 다음달 열릴 등급조정 위원회에서 사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대형 인명사고가 반복적으로 벌어지면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ESG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글로벌 수주전에서도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뿐 아니라 그룹사 전체 안전보건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올해 한화오션·한화오션에코텍·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내에서 10명의 중대재해 사망자가 나왔다며 전방위적 특별 수사를 요구했다. 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K-방산이라며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사업장 안에는 여전히 후진국형 중대재해가 연일 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동관 부회장 승계 구도에 불똥튈까’ 노심초사

[땅집고]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부회장./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내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 후보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불똥이 튈지 여부다. 김 부회장은 사실상 한화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을 뿐 아니라, 그룹 내 핵심인 방산·조선·우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년간 이어진 방산 수출 확대와 주가 급등에 따라 김 부회장의 경영 성과를 상징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이 회사 경영 성과가 향후 승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김 부회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부문 손재일 대표와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한화그룹 부회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 중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과 해외 수출, 미래사업 발굴 등 중장기 전략 수립을 전담해왔고, 사업 현장의 안전·보건 관련 관리체계 구축과 예산 편성·집행, 현장 감독 등의 모든 실질 권한과 의무는 사업부문에 해당하는 환경안전보건(ESH)실에 사실상 전권이 위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에서 말하는 ‘경영 책임자’는 명목상 업무 분장보다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김 부회장은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사실상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인물인데다 사실상 차기 총수로서 회사 안전보건 계획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향후 김 부회장을 포함, 혐의가 있거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연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h0293@chosun.com


화제의 뉴스

점유율 1위 뺏긴 키움증권…또 전산장애, 업계 민원 85% 차지
'자작테러극 의혹' 부산시장 후보 아빠가 소유한 '중견 건설사' 어디?
'한국판 록히드마틴' 꿈 한화 김동관, 중대재해 리스크로 발목 잡히나
"단기임대는 '스위트 스팟' 공략" 비수기에도 살아남는 투자 법칙
"아파트 대신 현금청산" 성수2지구 재개발, 상가 조합원 소송전 예고

오늘의 땅집GO

"아파트 대신 현금청산" 성수2지구 재개발, 상가 조합원 소송 예고
'한국판 록히드마틴' 꿈 한화 김동관, 중대재해로 발목 잡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