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촉발한 전세 종말론] ⑪임대주택 사업자 압박 나서나
임광현 국세청장 "임대 다주택자에게 엑시트 기회를"
세제 혜택 빼앗아 집 내놓게 하자는 뜻
전월세 주택 줄여 전세대란 악화 우려
[땅집고]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서울 기준 6만8000가구에 달하는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시장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공급 효과는 전무하고 안그래도 폭발 직전인 전월세 시장의 전세난에 더욱 기름을 끼얹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등록 (민간 매입) 임대 다주택자들에게 엑시트(exit·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이미 말소된 물량과 앞으로 말소 예정인 물량을 합친 6만8000여 호의 서울 아파트가 시장에 나와 공급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했다.
임 청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긴 하지만,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미리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며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증세와 고가 1주택 양도소득세 강화를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7월 중 발표될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대대적인 보유·양도세 증세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등록임대 혜택 없애서 6만8000가구 매물 유도하자”
임 청장에 따르면 아파트 임대주택의 신규 등록은 2020년 8월부터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서울 아파트 6만8000호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아 집을 팔 때 양도소득에 대해 6~45%의 일반 세율을 적용받는다. 계약 갱신 때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등 조건을 지키면 종합부동산 과세 때 주택 수에서도 제외해준다. 현재 등록된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의 임대 등록 기간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종료되지만 이같은 세제 헤택은 임대 기간 종료 후에도 계속 유지된다.
임 청장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임대주택 등록 기간이 만료되는 6만8000호(서울 기준)에 주어지던 이같은 혜택을 일정 유예 기간 이후 줄이거나 없애 매물로 내놓도록 유도하자는 의도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일시에 없애는 대신 1~2년의 유예 기한을 부여하면 그 기간 동안 주택을 처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올해 5월 9일까지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으로 정하고 이후부터 양도세 중과를 실행해 다주택자들 매물을 유도했던 것과 유사하다.
임 청장이 중과 배제 혜택을 빼앗아 매물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의 효과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청장은 “참고로 ‘1·29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도심 공급주택 규모가 6만호라고 합니다”라고 했는데, 6만8000가구의 매물 전환 효과를 부동산 대책에 따른 주택 공급 효과와 직접 비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으로 내놓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 시장의 매물이 늘어나는 동시에 세입자의 임대 주택이 감소하는 것이므로 아파트를 지어서 나타나는 공급효과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다주택자 압박으로 전세난 촉발’ 재현 우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민간 매입 임대 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 중단이 안 그래도 심한 전월세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어난 효과는 있었지만 다주택자가 공급하던 전월세 주택이 사라지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해졌던 것과 마찬가지다.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수 수요가 부족한 곳에 주택을 취득해 전셋집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전세대란은 이미 집값을 밀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만큼, 정부가 전세난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이미 임대차2법으로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졌던 문재인 정부 시기에 근접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정부는 강남 집값 잡기에 매몰돼서 주택 임대차 시장을 관리한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를 완전히 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임대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부여한 혜택을 믿고 등록했는데 이제와서 중과세를 부여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익적 목적을 근거로 ‘부진정 소급’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