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전세 정상화’의 명암] ② 노룩(No-Look) 전세 확산
“방문 약속 잡는 사이 전셋집 계약 됐어요”
매물 품귀에 ‘노룩 전세’ 점차 일반화
[땅집고] “사장님, 혹시 이번주 금요일 2시쯤 (전세)집 볼 수 있을까요?”
“아이고, 다른 분이 집도 안보고 계약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셋집을 구할 때 세입자들이 주택 내부를 보지도 않고 계약을 결정하는 이른바 ‘노룩(No-Look) 전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전세 계약 기간은 기본 2년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보장된 갱신계약권을 쓰면 추가로 2년을 더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즉 한 번 구한 전셋집에 최소 4년은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입지, 층수를 갖춘 매물이더라도 집주인 혹은 기존 세입자와 시간을 협의해 주택 내부를 꼭 둘러보는 것이 관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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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에는 시간을 맞춰보는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매물이 소진되고 있을 정도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발이 빨라졌다. 서울 및 핵심 수도권 지역으로 전세보증금 시세가 오르고 매물은 급감하는 추세라, 다른 사람에게 전셋집 매물을 뺏길까봐 일단 계약금부터 보내는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제로 이 같은 노룩 전세 행태로 원하던 전세 매물을 놓쳤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A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이달 17일 이후 집이 비었을 때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겠다고 했고, “좋다”는 긍정적인 답변까지 받아냈다. 이후 시간을 조율한 A씨가 해당 매물을 19일 오후 2시 정도에 볼 수 있겠느냐는 문자를 보내자, 공인중개사로부터 “다른 분이 집도 안 보고 계약했다, 죄송하다”는 답장을 받았다.
A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노룩전세, 직접 겪어보니 할 말 없네”라며 “이제 매물 나오면 무조건 집주인 말만 듣고 원하는 대로 해줘야하는 건가, 무조건 전월세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B씨는 “나는 심지어 첫 번째로 집 보고 돌아가는 길에 계약하겠다고 문자도 남긴 상황이었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집도 안 본 다음 다음 사람이랑 계약해야겠다고 연락왔었다”고 했다. 이어 C씨는 역시 “요즘은 전세 매물이 없어서 마음에 든다 싶으면 바로 가계약 걸어야 한다”면서 “빠르면 다음날에 계약했다고 매물이 없어지더라”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노룩전세 계약 방식이 점점 더 일반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하면서 전세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전월세 시세 상승과 함께 매물 급감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부동산 임대차 시장은 이제 단순한 가격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면서 “노룩전세처럼 속도가 우선시되는 계약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 비대칭이 커질 수 밖에 없어, 임차인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