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서울 근무 정규직 공고 잇따라
AI 솔루션 아키텍트·반도체 시뮬레이션 등 연구직 중심
마곡은 R&D 클러스터, 당산은 임시 사무실 후보로 거론
[땅집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 과정에서 ‘깜짝 선물’로 언급한 서울 AI 연구개발(R&D)센터 설립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서울 근무를 전제로 한 연구·기술직 채용에 나서면서, 한국을 글로벌 AI 연구 거점 중 하나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외 채용 사이트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서울 근무 조건의 정규직 채용 공고를 다수 올렸다. 모집 직무는 AI 기술 솔루션 아키텍트, 반도체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등 연구·기술 중심이다. 일부 직무는 국내 대학과 기업의 AI 연구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조직과 협력해 기술 교류를 지원하는 역할도 포함하고 있다. 단순 영업 조직이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와 직접 협업하는 연구 조직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특히 엔비디아 AI 테크놀로지 센터가 채용 중인 ‘시니어 솔루션스 아키텍트(Senior Solutions Architect)’ 직무는 피지컬 AI(Physical AI)와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분야 협업을 핵심 업무로 내세웠다. 채용 인력은 국내 대학·기업 연구자들이 엔비디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와 오픈USD(Open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를 활용해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코스모스(Cosmos) 모델로 합성 데이터를 만들며, 아이작 심(Isaac Sim)으로 로봇을 테스트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그루트(GR00T)를 미세조정·배포하는 작업을 지원하게 된다.
◇피지컬 AI·로보틱스 연구직 공고 잇따라…마곡 후보지 거론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서울 AI R&D센터 후보지로 ‘마곡’과 ‘당산’ 등이 거론된다. 다만 엔비디아가 구체적인 입지나 규모를 공식 확정한 것은 아니다. 마곡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엔비디아가 이번에 채용하는 인력의 성격이 있다. 핵심 업무가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분야에 맞춰져 있는데, 마곡에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대기업 R&D 거점이 밀집해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AI, 로봇, 소프트웨어 등 LG그룹 연구 인력이 모인 국내 대표 R&D 허브로 꼽힌다.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강화하려는 협업 핵심축도 로봇·제조 AI 분야와 맞닿아 있다. 젠슨 황 CEO는 방한 과정에서 한국의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로보틱스를 언급했고, 현대차·LG·SK·삼성·네이버 등 주요 기업과 AI 인프라 및 피지컬 AI 협력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은 서울시가 서남권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해 온 지역으로, 연구·산업·업무 기능이 결합된 클러스터 성격이 강하다. 엔비디아가 한국 제조·로봇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려는 흐름을 감안하면, 마곡이 중장기 거점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2·9호선 환승 입지 당산…초기 셋업 거점으로 주목
당산도 초기 사무실 후보로 언급된다. 일부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에는 사무실 위치로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41길 11에 있는 ‘SK V1 센터’가 명시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식 연구 거점이라기보다 초기 조직 운영을 위한 임시 사무실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연구센터나 기술 조직을 새로 꾸릴 때 곧바로 대형 연구거점에 입주하기보다, 먼저 소규모 업무공간을 확보해 채용과 법인 운영, 파트너 미팅을 시작해 인력 규모를 확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산은 서울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이 있는 지역으로 여의도와 마곡, 강남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9호선 탑승시 김포공항까지 20분 내로 닿을 수 있어 해외 본사나 아시아태평양 조직과 오가는 동선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한국 R&D센터 구상은 단순한 사무실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한국 사업은 GPU 공급, 데이터센터 인프라, 반도체·클라우드 기업과의 협력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채용은 국내 대학·기업 연구자와 공동으로 피지컬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포함한다.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니라 AI 연구와 산업 적용이 맞물리는 기술 협력 거점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