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1000억원이 넘는 집을 기부하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미국의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총 17개 도시에서 일간지를 매수·창간하고, 통신사·출판사·방송국까지 손에 넣어 ‘신문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그가 신문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범죄·스캔들을 다루는 선정적인 기사와 눈에 띄는 헤드라인을 앞세운 보도를 이어갔는데 이런 행태에서 ‘황색 언론’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억만장자답게 본인 취향에 맞춰 건축비 1000억원대 초호화 대저택을 짓고 살았다. 그런데 그가 이 집을 국가에 기부한 사실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기부 규모도 재벌답다’는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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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이름은 집주인의 성을 딴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오션뷰 입지다. 1920~1930년대 정재계·연예계에선 언론을 장악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로부터 저택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주변의 선망과 동경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찰리 채플린, 프랭클린 루즈벨트, 윈스턴 처칠 등 유명인사가 여럿 방문했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집 내부에 설치된 개인 비행장이나 허스트 가문 소유의 열차를 타고 방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택 설계는 여성 건축가 줄리아 모건이 맡았다. 1904년 캘리포니아에서 건축사 면허를 땄는데 당시 여성 최초 사례였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그에게 유럽 고대 건축물을 해체해서 얻은 자재들을 활용해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역사 깊은 수도원과 영국 웨일스의 800년된 성 등 다양한 건축물이 이 집을 짓는데 투입됐다. 이렇다보니 집을 완공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1919년 첫 삽을 뜬 이후 1947년 준공해 무려 28년이 걸렸다.
주택은 침실 56개, 응접실 19개, 욕실 61개로 구성한다. 실내외에 다양한 규모의 정원을 배치하고 수영장, 테니스코트, 극장, 비행기 활주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유럽에서 통째로 옮겨온 듯한 고미술품도 단지 곳곳에 전시됐다. 1900년대 초 미국 상류층이 누렸던 화려한 생활을 허스트 캐슬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1951년 사망하자, 허스트 가문은 이 집을 1957년 캘리포니아주에 기증하는 결정을 내린다. 가문 차원에서 1945년 자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을 짓는 데 든 건축비만 298만7000달러가 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게스트 하우스, 수영장 등 다른 시설까지 포함하면 총 건축 비용은 471만7000달러로 집계됐다.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올해 가치로 환산하면 8259만달러로, 한화 127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재 허스트 캐슬은 캘리포니아 주립 역사공원으로 지정됐다. 캘리포니아주가 저택 내부를 1958년부터 민간에 공개하고 있는데, 전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주택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만 매년 100만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캘리포니아주가 거두는 입장료 수입도 쏠쏠하다. 올해 기준 입장료는 어른 기준 35달러(약 5만4000원), 어린이는 18달러(약 2만7800원)로 책정됐다.
저택 출입구 쪽에 설치된 안내소에서 투어 티켓을 구입하거나 미리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하면 허스트 캐슬을 둘러볼 수 있다. 담당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건축 자재와 고미술품 등 보존이 필요한 요소가 많은 만큼 별도 제약 사항이 있다. 내부에 설치한 카펫으로 표시된 관광객용 통로 이외 바닥은 밟으면 안된다. 이 밖에 집 내부에서 음식을 먹거나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는 행위, 내부 시설에 기대거나 배치된 물건을 만지는 행위 등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허스트 캐슬 저택 내부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미국 재벌은 차원이 다르다, 집이 정말 궁전같다”, “1000억원이 넘는 집을 기부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였다면 보유세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