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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전세종말론, 원조는 원희룡 "전세는 집값 상승을 전제로 존재"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26.06.10 06:00

[대통령이 촉발한 전세 종말론] ④ 전세 종말론의 원조는 원희룡

[땅집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조선DB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소멸론을 펴면서 전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고, 전세사기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들어 발생한 '전세난'에 대해서는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결과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이 줄어들었고, 무주택자가 이를 매입한 만큼 전세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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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전세의 소멸을 촉진하는 세제, 대출 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전세 소멸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었다. 한국에서 전세는 서민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저리의 전세 대출을 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에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장관이 전세 소멸론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원 장관은 2023년 당시 전세 사기극이 빈발하는 것과 관련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한 것 아닌가”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시장에서는 “임대인은 보증금을 다 돌려줘야 하는거냐, 세입자는 모두 월세로 살아야 하느냐”는 반발을 초래했다.

전세는 외국인들이 “너무 좋다”고 찬사를 연발할 정도로 세입자에게 유리한 임대제도였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 및 신혼부부 등이 목돈을 모아 자가를 마련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일종의 주거 사다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대의 걸림돌은 보증금의 반환이다. 당시 전세 사기극으로 보증금을 건지기 어려워진 세입자의 비극적 자살이 이어지면서 국토부 장관 입에서 전세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당시 만연한 전세사기극으로 말미암아 전세는 서민의 축복에서 서민의 재앙으로 돌변했다.

◇KDI, 1993년 전세 제도 폐지 주장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라는 전세의 치명적 단점을 지적해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1993년 ‘전세의 경제적 효과와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전세를 통한 강제저축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전세 폐지론까지 주장했다. KDI는 전세를 폐지할 경우, 저축의 증대와 주거의 조기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연구원 2000년 ‘전세시장 여건변화와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떨어지면 보증금 상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책연구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전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볼리비아 등 극히 일부 국가 외에는 전세가 아닌 월세 임대차 계약이 일반적이다. 학자들은 전세를 주택금융이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전세를 일종의 사금융으로 보고 있다. 사금융이라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의미이다. 금융이 발전하면 한국에서도 사금융의 일종인 전세가 소멸될 것으로 예측했다.

◇집값 상승을 전제로 유지되는 전세

전세 소멸론을 뚫고 한국에서 전세가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모두 이익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전세금으로 주택마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다만 전세의 전제 조건은 집값 상승이다. 집주인이 부담하는 보유세, 취득세, 수리비,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매매가의 50% 정도의 보증금을 받는 것은 미래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전세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 시세상승을 추구하고 임차인은 전세를 이용함으로써 주거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래픽=박상훈



시세차익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비인기 주택은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비슷해진다. 전세사기가 발생한 빌라, 오피스텔 등 서민주택의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하다. 일부 초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다. 집값이 하락할 때마다 전세소멸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반대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주택일수록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커진다. 그 극단적인 예가 재건축 아파트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20~30%에 불과하다. 10억원 아파트 전세가격이 2억이라면 집주인이 엄청난 손해이지만, 집주인은 재건축을 통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면서 낮은 전세가를 감내한다. 재건축이 가능한 성수동의 소형빌라들은 전세가 2억원에 불과하지만, 20억이 넘는 거액에 거래됐다.

◇문재인 정부가 몰락시킨 서민주택시장

전세 사기극과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주택은 빌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다가구 주택 등 3억원이하 서민 주택이다. 이들 주택은 정부 주택 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품질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가격 상승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는 인허가에서 분양, 준공까지 정부의 통제하에 품질이 관리되고 있다. 반면 서민 주택은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주차장 놀이터 등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분양절차, 가격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와 종부세 강화정책이다. 2020년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자격 유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3억원이하 서민주택을 소유해도 유주택자로 취급한다. 10억, 20억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 무주택자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빌라 등 저가주택의 매매 수요는 더 위축됐다. 실수요가 전무한 가운데 거의 유일한 수요자는 임대사업자이다. 임대사업자가 노후대비를 위한 월세 임대사업용으로 보유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 협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폭탄, 대출 규제로 임대사업자를 존폐위기로 몰아넣었다”면서 “정책 실패가 초래한 서민주택의 수요공백을 틈타 전세사기조직이 활개를 쳤다”고 말했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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