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옥으로 돌변한 노후 로망…분양형 실버타운 잔혹사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6.05 06:00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명지엘펜하임 공매
10년 지나도 이어지는 실버타운 부실
업계 “분양형 재도입 땐 보완장치 필요”

[땅집고]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엘펜하임' 시니어타운 단지 앞에 붙은 분양 현수막. /땅집고DB


[땅집고] 고급 실버타운을 내세웠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명지엘펜하임’이 최근 공매 시장에 나오면서 폐지된 지 10년이 지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후유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부실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가 남긴 구조적 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

☞관련 기사 : ‘기독교 명문’ 시니어타운의 몰락, 명지엘펜하임 640억에 공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1998년 도입돼 2015년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허용했다. 사업자는 일반 아파트처럼 주택을 분양해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고, 입주자는 노후 거처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홍보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버타운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분양 상품으로 변질됐다. 60세 이하를 대상으로 불법 전매·양도를 비롯해 의료·식사·돌봄·커뮤니티 운영 등 장기 서비스가 핵심인 시설임에도 상당수 사업장이 분양 후 방치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2015년 분양형 실버타운을 전면 폐지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이 남긴 민낯과 고질적인 피해 구조를 분석했다.

☞170조 황금알 시장을 선점하라! 시니어 하우징 개발A to Z 배우기

◇노후 맡겼다가 소송전 ‘명지엘펜하임’, 결국 공매로

가장 큰 문제는 운영 서비스 부실이다.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실버타운의 핵심은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의료, 식사, 여가, 돌봄 등 장기적인 전문 운영·관리 서비스에 있다. 하지만 분양형 모델은 태생적으로 소유권을 개인에게 완전히 넘기고 나면, 시행사나 건설사가 추후 운영을 책임지거나 유지할 유인이 전혀 없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공매 시장에 등장한 명지엘펜하임을 꼽는다.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운영 주체라는 점을 내세워 2004년 경기 용인시 명지대학교 캠퍼스에 조성된 이 단지는 당시 수영장과 식당, 골프장 계획 등을 앞세운 고급 실버타운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요 커뮤니티 시설 운영이 중단됐고, 일부 수분양자들은 분양대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명지학원 보유분이 공매 시장에 나오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땅집고] 2004년 명지엘펜하임 분양 당시 홍보했던 광고 내용.


문제는 공매가 이뤄져도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수분양자 소유분과 운영권, 채권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 매각만으로는 실버타운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부 시니어타운 운영 법인과 투자운용사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흉물로 방치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분양형 실버타운의 구조적 한계가 결국 드러난 사례라고 본다.

◇일반 아파트처럼 팔고 운영은 부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반복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더 헤리티지’ 역시 한때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홍보됐지만 시행사 부도와 운영 갈등을 겪었다. 일부 시설은 장기간 방치됐고 입주민과 운영사 간 법적 분쟁도 이어졌다. 과거 입주민들은 커뮤니티시설과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중단되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상당수 분양형 실버타운이 “건설과 분양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운영 역량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에서는 불법 분양과 전매 문제도 반복됐다. 노인복지주택은 원칙적으로 고령층을 위한 시설이지만, 일부 단지에서는 일반인에게 우회 분양되거나 사실상 투자 상품처럼 거래됐다. 시간이 지나 상속·증여·매매가 반복되면서 실제 거주자의 입주 자격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운영 부실에 따른 피해는 결국 입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식당과 간호 서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이 중단되면서 입주민들은 사실상 일반 아파트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일부 단지에서는 관리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령 입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임대 보증금이나 입주 시 예치한 거액의 관리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65세 이상1000만명 시대, 시니어 주거 개발 골든타임 잡아라

◇실버타운 공급 확대가 마주한 숙제

다만 고령층 증가로 실버타운 공급 부족 문제가 커지면서 민간 참여 확대 필요성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 확대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과거 분양형 모델의 부작용을 막을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운영 안정성, 서비스 지속 가능성, 입주자 보호 장치 없이 공급 물량만 늘릴 경우 과거와 같은 부실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완진 디벨로퍼협회 책임연구원은 “실버타운은 건물을 짓고 끝나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아니라 장기간 운영 능력이 핵심인 서비스 사업”이라며 “운영 안정성과 재무 구조에 대한 검증 없이 공급 확대만 추진하면 과거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물리적 주택 공급을, 보건복지부는 복지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에서는 시니어주택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인허가부터 운영 지속 가능성, 재무 건전성, 입주자 보호 장치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


땅집고가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 8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지난 7기까지 현직 케어용품 회사 CEO와 요양원 원장, 대형 병원장, 제약회사 임원, 의사, 시행사 오너, 건설회사 임원 등 200여명이 수강했다. 수강료는 290만원이며,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바로가기)



화제의 뉴스

지옥으로 돌변한 노후 로망…분양형 실버타운 잔혹사
"시세보다 5억 싸게 나왔다"…서울 제치고 응찰자 최다 기록한 이곳
세금 폭탄 뚫은 '닥치고 공급' 오세훈의 비책…강북에 인센티브 6종
장특공 폐지 역풍에 경기 '집값 빅4' 중 3곳 국힘 당선
[단독]시우민도 당했나…차가원 회장이 개발한 '라누보 한남' 2차 분양받아

오늘의 땅집GO

지옥으로 돌변한 노후 로망…분양형 실버타운 잔혹사
"시세보다 5억 싸게 나왔다"…서울 제치고 응찰자 최다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