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자부심 ‘래미안’ 포기한 속사정
시공권 따냈지만 총회 성원 간신히 충족
현대건설 휩쓴 압구정서 고전
[땅집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고수해온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압구정동에서 체면을 구겼다. 압구정4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자사 ‘래미안’ 브랜드마저 포기하고 하이엔드 단지명인 ‘컬리넌’을 제안했다.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시공 아파트 단지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주엔 성공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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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대신 ‘컬리넌’ 던졌지만, 턱걸이 성원된 총회
지난달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마친 압구정 4구역(현대8·한양3·4·6차)에서 삼성물산은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삼성물산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표 참여율이다. 전체 조합원 1337명 중 현장 및 서면 등으로 참석한 인원은 716명으로 참석률이 53.6%에 그쳤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5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성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마터면 총회 자체가 무산될 뻔한 ‘턱걸이’ 수준이다.
이는 인근 구역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시기 단독 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한 압구정 3구역의 경우 65.7%, 2구역은 74.3%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경쟁입찰이었던 압구정5구역은 조합원 1199명 가운데 1016명이 참석해 참석률이 84.7%에 달했다. 압구정 4구역의 삼성물산에 대한 열기가 타 구역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득표 자체는 무난하게 확보했다. 참석자 716명 가운데 626명이 찬성표를 던져 찬성률은 87.4%였다. 다만 경쟁사 없이 진행된 수의계약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찬성률보다 참석률 자체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4구역 내 ‘현대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의 거부감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4구역은 압구정 현대와 한양아파트가 섞여 있는 구조다. 현대가 515가구, 한양이 825가구다. 전통적으로 ‘현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유주들이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에 무관심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하며 총회에 불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현대건설 선호도가 강했고, 실제 주요 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이 연이어 시공권을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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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자존심 접고도…현대 텃밭서 고전
삼성물산 역시 이러한 기류를 읽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었다. 지역 정서를 감안해 래미안 대신 보다 차별화된 초고급 브랜드인 컬리넌을 앞세웠다. 자사 브랜드인 ‘래미안’을 과감히 포기하고, 인류가 발견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원석의 이름을 딴 ‘컬리넌 압구정(CULLINAN APGUJEONG)’을 단지명으로 제안한 것. 1등 브랜드를 떼고서라도 압구정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래미안 포기’라는 강수조차 압구정 조합원들의 마음을 완벽히 돌려세우지는 못한 셈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압구정 재건축 시공사 선정 결과, 2·3·5구역을 모두 현대건설이 휩쓸며 ‘압구정=현대’라는 공식을 공고히 하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물산이 깃발을 꽂은 4구역마저 낮은 참여율을 기록해 향후 삼성물산의 압구정 내 영향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상징성이 큰 압구정에서 브랜드 전략을 상당히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입장에서 압구정 4구역은 래미안이라는 이름까지 포기하며 공을 들인 사업지지만, 조합원들의 낮은 참여율은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압구정 내 현대건설의 독주 체제 속에서 삼성이 어떤 차별화된 결과물로 반전을 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