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계약서 도장 찍는 순간 리스크 시작" 특약으로 사업 성패 갈린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6.02 10:30 수정 2026.06.02 11:08

[신보연의 부동산개발 처방] ⑤계약서, 한 번 작성하면 끝…특약으로 사업 성패 갈린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땅집고] 사업구상, 부지검토, 사업타당성 분석, 자금조달 계획까지 거쳤다면 이제 드디어 부동산 매입 계약이라는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다. 많은 사업시행자들이 이 단계에서 ‘이미 다 따져봤으니 계약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에 방심하곤 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며, 어떠한 이유를 들더라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당한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특성상 매입 이후에도 명도, 인허가, 공사 등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계약 단계에서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약은 부동산개발의 본격적인 시작이자,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개발사업 타당성 최종 점검…‘건축허가 사전결정제도’ 활용하라

부동산 매입 계약은 개발사업의 출발점이자, 돌이키기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모든 리스크는 사업시행자의 몫이 된다. 따라서 계약 직전부터 지금까지 4단계에 걸쳐온 핵심 요건을 냉정하게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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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단계 사업구상으로 돌아가 해당 부지가 시장이 원하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는 입지인지 다시 점검한다. '내가 짓고 싶은 건물'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임차 수요가 실제로 확인된 용도'인지가 핵심이다.

이어 2단계 부지검토에서는 인허가 가능 여부와 현실 연면적을 재확인한다. 일조사선제한, 주차 계획, 코어 위치까지 반영한 실제 건축 가능 규모가, 시장에서 선호하는 평면과 면적으로 인허가 가능한지를 다시 살펴야 한다. 용적률 수치만 보고 면적을 가정한 채 넘어갔다면 지금이 마지막 점검 기회다.

3단계 사업타당성 분석에서는 실질 현금흐름이 플러스(+)일지, 공실 증가나 금리 상승 시나리오에서도 사업이 버틸 수 있을지를 점검한다.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의 투자 3요소가 모두 충족되는지도 빠뜨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4단계 자금조달 계획은 총 사업비 규모와 자기자본 비율, 금융권 대출 사전심사 결과까지 확정된 상태여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미충족된다면 해당 부동산은 계약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 때 건축법 제 10조에 따른 ‘건축허가 사전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제도는 사업시행자가 토지 매입 전 또는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전, 해당 대지에 건축이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받는 장치로, 토지 매입 후 허가 불가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전결정을 받으면 2년 이내에 건축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기간 내 신청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 매우 유용한 제도지만 처리 기간의 불확실성과 지자체별 운영 편차, 본허가 단계에서의 조건 변경 가능성 때문에 실무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토지 매입가가 큰 사업일수록 계약 전 이 제도의 활용 여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매대금 일정으로 설계·인허가 시간 확보… 명도 조건도 구체적으로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일정은 단순히 돈을 주고 받는 일정이 아니다. 개발 프로젝트의 자금흐름과 명도 완료 여부, 대출 실행 타이밍까지 맞물려 있는 핵심 구조다. 특히 임차인을 낀 주거용 건물이 있는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 잔금일 기준으로 명도가 완료되지 않으면 철거가 지연되고, 확약을 받아놓은 대출 실행까지 어그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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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은 통상 매매대금의 10%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법률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관행이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계약금 비율을 최대한 낮게 협상하는 것이 리스크 헤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인허가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행정적 변수나 시장 변화로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계약금이 5%라면 100억 원짜리 토지에서의 포기 손실이 5억원이지만, 10%라면 10억원으로 두 배가 된다. 반면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배액을 배상한다는 조항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 쌍방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 때 계약금을 낮추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사업시행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 타당성이 충분히 확보된 부지라면 오히려 매도인이 원하는 수준의 계약금으로 계약을 확정짓는 편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또 중도금을 지급하면 매도인 역시 계약을 쉽게 해제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사업시행자는 중도금 일정을 앞당기는 계약을 체결해 매도인의 계약 파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구조를 개발 프로젝트에 맞게 설계하는 것 자체가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 헷지 전략인 셈이다.

현재 거주하거나 영업 중인 임차인을 이사 보내는 명도가 필요한 경우라면 매도인이 명도를 책임진다는 조항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서에 ‘잔금일 OO일 전까지 매도인이 현 임차인 전원을 매도인 비용으로 명도 완료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명도의 책임 주체와 비용, 기간을 모두 명확하게 특정해야 한다. 임차인의 계약기간, 영업상태, 보증금 규모, 임대료 연체 여부도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예상보다 명도가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구체적인 위약벌 조항도 포함시켜야 안전하다. 이와 함께 대출 실행이 지연되는 경우를 대비해 일정 기간 내 잔금 유예 조항도 함께 명시해두는 것이 좋다.

기존 건물의 규모와 임차인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잔금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최소 6개월 이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차인 명도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명도 완료 후에는 기존 건물의 철거와 멸실 신고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자는 명도가 진행되는 동안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획설계를 진행하고, 중간설계(허가 도면 작성)를 통해 관할청 건축허가를 받은 뒤 실시설계(시공 도면 작성)까지 완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넉넉한 잔금 기간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설계와 인허가를 병행할 수 있는 실질적 시간 확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클립아트


◇특약 빈칸으로 두면 손해

부동산 매입계약서에서 본문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특약이다. 개발용 부동산은 일반 주택 매매와 달리 명도, 철거, 인허가, 잔금일, 대출 실행, 지중 매설물, 인접 민원 가능성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그런데 많은 예비 건축주가 특약을 몇 줄 덧붙이는 수준으로 생각한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특약은 분쟁이 생겼을 때 해석하는 문장이 아니라,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명확한 구조를 설계하는 장치다. 명도가 늦어지거나, 매도인이 토지사용승낙서를 제공하지 않거나, 인허가 불가 시 해제 조항이 누락될 경우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매수인 몫이 된다. 의무 불이행시 위약벌도 구체적인 금액으로 명시해야 실질적인 이행 압력이 생긴다. 개발사업에서 좋은 계약은 매입가를 낮추는 계약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상 손실을 막는 계약이다.

개발사업용 주택건물 매입 시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핵심 특약은 다음과 같다.

① 철거·신축 관련 서류 협조 특약: 잔금 전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으므로, 철거 및 멸실 신고 등 행정 절차에는 매도인 명의의 서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특약이 없으면 매도인이 서류 제공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사업 일정 전체가 밀린다. 위임의 범위도 '개발사업에 필요한 일체의 행정행위'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② 임차인 명도 책임 특약: 명도는 개발사업에서 가장 빈번하게 분쟁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보증금 반환, 이사비, 권리금 문제까지 얽히면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명도의 책임 주체를 매도인으로 확정하는 것은 물론, 예정 기간을 초과한 지연에 대한 위약벌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이행하도록 하여, 개발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③ 토지사용승낙 및 지질조사 동의 특약: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는 상태에서는 토지사용승낙서 없이 건축허가 신청이 불가능하고, 지질조사를 위해 장비를 반입하고 수십 미터의 지반 보링을 실시하려면 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이 특약이 빠지면 잔금 지급 후에야 지질조사와 건축허가 신청을 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이 수개월 이상 늘어나고 금융비용이 그만큼 증가한다. 다만 상호 균형을 맞춰 계약이 해제될 경우 매수인은 즉시 건축허가를 취하하고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함께 명시해야 한다.

④ 인허가 불가 시 계약 해제 특약: 건축허가가 나지 않으면 개발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계약 시점에는 허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유로 불허가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 특약이 없으면 허가가 불가능한 토지를 매입하고도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매도인의 수용을 위해 해제 가능 기간을 '계약일로부터 O개월 이내'로 한정하는 등 균형점을 찾는 협상이 필요하다.

⑤ 토지면적 불일치 시 정산 특약: 서류상 면적과 실제 점유 면적이 일치하는 토지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인접 건물의 담장·옹벽이 매입 대상지를 침범하거나, 반대로 매도인이 인접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인허가 단계에서 경계 침범이 확인되면 착공이 지연될 뿐 아니라, 건축선 후퇴로 연면적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국토정보공사에 경계복원측량을 신청해 실제 경계를 확정하고, O㎡이상 면적 불일치 또는 경계 침범이 확인된 경우, 잔금일 전까지 매도인이 이를 정리하되, 미정리 시 해당 면적에 상응하는 매매대금을 정산하는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해 이외에도 프로젝트마다 특수한 상황이 존재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항일수록 계약서에 명시해 사후에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 미리 기준을 명확히 확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약 당일까지도 등기부 확인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부동산 매입 계약 체결 전에 미리 조율하고 계약서 검토까지 모두 마친 뒤, 계약 당일에는 매도인을 직접 만나 도장 날인하러 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계약서에 도장 날인하러 출발하기 전, 반드시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직접 출력해 확인해야 한다. 전날 확인한 서류도 계약 당일 아침이면 이미 낡은 정보가 될 수 있다.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은 세 가지다. ▲갑구(소유권)에 가압류, 가처분, 예고등기 등 소유권을 위협하는 사항이 없는지 확인할 것 ▲을구(소유권 이외의 권리)에 근저당권, 전세권 등 담보물권이 얼마나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할 것, 특히 채권최고액이 매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넘는다면 매도인이 계약금, 중도금을 수령한 후 말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 할 것 ▲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 당사자가 일치하는지 신분증 원본과 대조할 것, 만약 대리인이 나오는 경우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의 진위까지 반드시 확인할 것 등이다.

또 매수인이 가장 흔히 놓치는 부분이 계약 체결 시점부터 잔금일까지 등기부 관리다. 통상 계약에서는 ‘잔금일 전까지 제한물권 등 권리의 하자 및 부담 등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당시에는 깨끗했던 등기부에, 계약 이후 잔금일 직전 매도인이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가압류, 가처분이 들어오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매도인은 잔금일까지 본 부동산에 대해 추가 담보 설정, 임대차 계약 체결, 권리 변동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위반 시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조항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개발사업은 계약 후 잔금까지 기간이 수개월 이상 길어지고, 그 사이에 불특정한 권리가 등기부에 기재될 위험이 있으므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가등기는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어, 이후 제3자의 권리 설정에 대한 우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도금 지급 전 매도인의 국세, 지방세 완납증명서 제출을 지급 조건으로 설정해 두면, 압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할 수 있다. /글=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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