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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뭐했어요?" 장기전세 주민 '생떼' 논란에 삼성전자 직원 일침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6.02 06:00

20년 장기전세 ‘시프트’ 만료 임박
재계약·분양전환 요구에 비난 쏟아져
입주민 “오히려 주거 난민 됐다” 서울시 책임론

[땅집고] 서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1단지 출입구.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20년 전 공공이 정한 자립의 사다리, 장기전세 제도가 지금의 벼랑 끝을 만들었습니다. 대책 없는 퇴거는 자립이 아니라 주거 난민을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2007년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공급했던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입주자들에게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던 주거 복지 모델로, 2027년이면 계약이 만료돼 퇴거 절차를 밟는 단지들이 하나 둘 나올 예정이다. 그 중 첫 현장이 과거 보증금 3억원 수준에 입주자를 모집했던 강동구 ‘강일리버파크’(총 6756가구)와 ‘고덕리엔파크’(총 7048가구) 아파트다.

하지만 퇴거를 앞두고 이 단지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이 “국가를 믿고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재계약 보장 혹은 분양 전환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해 전국적 뭇매를 맞고 있다. 당초 서울시와 SH가 약속한 계약 기간인 20년이 다 되도록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무주택 서민들의 자립 기회 마련이라는 이 제도 취지와 크게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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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거세지자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 입주민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지켜온 보금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서울시가 마련한 장기전세주택 제도가 오히려 입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주거 복지의 연속성을 확보할 만한 대책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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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 19년 산 입주민 “오히려 주거 난민 돼…상생 선례 만들어달라”

올해 ‘강일리버파크’에 19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입주민 A씨는 한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 “현재 저희를 향한 비판은 서울시의 주거 정책 실패와 모순을 입주민 개인의 이기심으로 전가하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땅집고] 올해 ‘강일리버파크’에 장기전세로 19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입주민 A씨의 글.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첫 번째 근거로 서울시가 무주택 서민들의 자립을 위해 내놓은 장기전세주택이 오히려 주거 난민을 양상하는 제도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서울의 자산 시장은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 소득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폭등했다”면서 “성실하게 저축하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 대가가 서울 밖으로 추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고 했다. 이어 그는 “정책이 현실의 자산 격차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그 만기 시점의 출구 전략 역시 공공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 맞다”며 “대책 없는 퇴거는 자립이 아니라 주거 난민을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A씨는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도 20년 동안 해당 지역의 가치를 함께 키워온 주역이므로, 함께 상생하도록 지역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2009년 입주 당시 강일지구는 교통도, 인프라도 황무지에 가까웠던 서울 외곽이었다”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곳에 들어와 소비하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며 동네를 지금의 가치 있는 대단지로 일궈낸 것은 다름 아닌 저희 입주민들”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지역이 살 만해지고 인프라가 구축되니 새로운 사람을 받겠다는 것은 공공기관이 취할 상생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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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위 논거들에 따라 서울시와 SH,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이 상생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주민들이 주택 분양대금을 일정 기간 동안 나눠서 지불하는 ‘지분적립형’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분양 받을 기회를 주거나, SH가 주택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되 입주민들이 시세에 준하는 장기 펀드 투자에 참여해 주거권을 연장하는 등 모델을 고려해달라는 것.

A씨는 “20년 살았으니 비키라는 1차원적인 형평성 논리는 결국 공공임대를 ‘가난할 때 잠시 거쳐 가는 낙인 찍힌 공간’으로 가두는 일”이라며 “서울시가 낡은 규정 뒤에 숨지 말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 테이블을 열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글을 마쳤다.

◇ “20년 동안 뭐했나” 반응 싸늘…SH도 “원칙적으로 분양전환 불가” 고수

하지만 이 같은 A씨 글을 접한 다른 직장인들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분위기다. 서울시와 SH가 최장 20년 동안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아파트에 살 기회를 보장하며 자립할 시간을 줬는데도 ‘국가를 믿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생떼나 다름 없다는 것. 만약 서울시가 이들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공공주택을 분양받도록 하는 선례를 남기면 전국 곳곳 현장에서도 주택 소유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까 우려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댓글창에서 삼성전자 재직자라고 밝힌 B씨는 “(장기전세주택 계약 기간인) 20년 동안 인플레이션 없이 전세·매매 가격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일했던 본인들 선택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떠넘기는 행태가 더럽다”면서 “당신과 다르게 나는 소득이 적을 때 디딤돌 대출을 받아서 어떻게 해서든 2024년 상반기에 자가를 마련했다, 기회는 여러번 있었을 텐데 뭐하느라 20년을 허송세월 보냈냐”고 지적했다.

이어 KCC에 재직 중인 C씨 역시 “이 논리가 먹혀 들어가는 순간 여기저기서 다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더 힘든 환경에서도 노력해서 자산을 일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능력이 안되면 밀려나는게 맞고 본인들의 안일함을 탓하라”는 쓴소리를 남겼다.

[땅집고] 2024년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집) 관련 약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와 SH 역시 현재로선 장기전세주택을 별도 분양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서울시가 기존 20년 장기전세주택을 ‘미리내집’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내집이란 서울시가 2024년 내놓은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주택이다. 거주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하되 입주자가 출산하는 경우 20년까지 연장해주고, 추후 시세 대비 최대 20%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모델이다.

SH 관계자는 “기존 시프트 단지마다 최장 20년 계약이 끝나면 입주자들에 대한 퇴거 작업을 마친 뒤, ‘미리내집’으로 전환해서 재공급할 예정”이라며 “원칙적으로 분양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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