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 이기는 시장의 힘"…이 대통령, 대책 촉구 사흘 만에 주택 공급대책 발표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6.05.29 15:45

이재명 대통령, 집값 급등에 부동산 대책 지시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
착공 앞당기고 수도권 지연 사업 집중 관리

[땅집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겸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재정경제부



[땅집고] 연초부터 “계곡 정비보다 집값 잡기가 훨씬 쉽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비공개 국무회의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강력한 규제를 쏟아냈음에도 매매, 전세, 월세가 동시에 치솟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SNS 등을 통해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왔음에도 시장이 공급 부족 우려와 심리적 불안으로 역행하자 결국 직접 등판해 부동산 대책 속도전을 주문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째주에 상승 전환한 이후 68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통령 지시 사흘 만에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겸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주택 공급 확대와 조기 착공에 두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가격 안정세가 뚜렷해질 때까지 시장 상황을 엄중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연되고 있는 주택 사업의 시계를 앞당기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약 6300가구 규모의 성남 신규택지의 경우 계획 수립 절차를 통합해 착공 시기를 당초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2800가구 규모의 동대문구와 은평구 부지 역시 기관별 이전 계획을 연내 수립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 규제 지역에서 PF 자금 조달이나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로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약 10만 가구 규모의 물량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정부처럼 보상이나 부지 조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허가만 우선 진행하는 방식은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는 주택 공급 목표를 ‘착공’ 기준으로 전환하고 공사비 역시 착공 시점 기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성남 복정 2지구 등 주요 사업지별 지연 원인을 빈틈없이 점검해 공급 차질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공급 대책이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불붙은 매매·전월세 시장의 ‘트리플 강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서민들은 이미 폭등한 주거비에 신음하고 있다”며 “뒤늦게 착공 시기를 1년 앞당기는 식의 대책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얼마나 빠르게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당장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는데, 수년이 걸리는 주택공급대책은 탁상공론 그 자체”라며 “세제 등 관련 규제는 매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을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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