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살인의 추억' 연상된 변두리 반전, 강남 학원가 제친 동탄의 질주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05.28 13:35

[신도시 동탄의 재발견] ② “동탄 들렸냐” 조롱받던 변두리 신도시, 10년 만에 수도권 남부 대장주로 우뚝
대기업 일자리 품은 직주근접 신도시
GTX-A·SRT·인동선에 교육 인프라까지 붙으며 수도권 남부 대장주로

[땅집고]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삼성전자


[땅집고] 과거 신도시 조성 초기 “분당·판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만 해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했다. 서울에서 멀고, 공급은 많고, 기반시설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동탄 들렸냐”는 조롱 섞인 표현까지 나왔다. 동탄이 속한 화성시는 2003년에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서울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경기도 시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수도권 남부 외곽에 조성된 대규모 택지지구가 과연 고가 주거지로 자리 잡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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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동탄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동탄역 일대 대장주 아파트 국민평형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동탄은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5월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한 달 전 19억4000만원 거래 이후 1억4000만원이 더 오른 가격이다.

동탄의 반전은 단순한 교통 호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핵심은 일자리다. 동탄은 전통적인 의미의 자족도시라기보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캠퍼스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기아 오토랜드 화성 등 수도권 남부 제조·반도체·자동차 산업벨트의 출퇴근 수요를 흡수한 고급 베드타운에 가깝다. 서울 도심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신도시가 아니라, 경기 남부 대기업 일자리와 가까운 주거지라는 점이 집값 상승의 기초 체력이 됐다.

◇삼성·현대차·기아 품은 배후 주거지…동탄 독주의 출발점

동탄이 과거의 평가를 뒤집은 출발점은 ‘직주근접’이었다. 화성시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장비·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고,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와 기아 오토랜드 화성까지 들어선 국내 대표 제조업 거점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약 1만4000명, 기아 화성공장에는 약 1만20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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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과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고소득 30~40대 맞벌이 가구가 동탄 주택 수요의 핵심층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강남 접근성만으로 집값이 움직이는 일반 신도시와 달리, 동탄은 경기 남부 산업벨트에서 일하는 실수요가 먼저 깔렸다. 삼성전자와 협력사, 현대차·기아 관련 종사자들이 출퇴근 가능한 신축 주거지를 찾으면서 동탄역과 시범단지 일대 선호가 빠르게 높아졌다.

이른바 ‘셔세권’도 동탄 집값을 밀어 올린 배경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반 대기업 통근버스 노선이 촘촘하게 깔리면서 지하철역 접근성만큼이나 기업 셔틀버스 접근성이 중요한 주거 선택 기준이 됐다.

◇GTX-A·SRT에 인동선…강남보다 많은 학원 수까지

광역교통망이 확충된 부분도 동탄의 약점을 지운 결정적 계기였다. 동탄은 오랫동안 서울 접근성이 약점으로 꼽혔다. 광역버스와 승용차에 의존하는 출퇴근 구조였고, 출근 시간대 도로 정체도 심했다. 그러나 SRT 동탄역 개통에 이어 2024년 3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면서 동탄의 입지는 달라졌다. 기존 버스나 승용차로 1시간가량 걸리던 수서~동탄 이동 시간은 GTX-A 개통 이후 약 20분으로 줄었다.

여기에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인덕원~동탄선도 중장기 호재로 꼽힌다. 동탄인덕원선은 화성 동탄에서 용인·수원·의왕을 거쳐 안양 인덕원까지 약 39㎞를 잇는 노선이다. 개통되면 동탄역에서 인덕원역까지 40분대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인덕원역에서는 서울 지하철 4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어 수도권 서남부와 서울 남부권 접근성도 한층 넓어진다.

시장에서는 동탄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전에는 “GTX가 뚫리면 오른다”는 교통 호재 중심의 기대감이 컸다면, 지금은 대기업 일자리 접근성, 신축 대단지 주거 환경, 광역교통망, 교육·상업 인프라가 맞물린 실수요 기반 상승에 가깝다.

동탄이 단순한 외곽 베드타운을 넘어 수도권 남부 고소득 직장인 가구가 선호하는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서울에서 멀다”는 약점은 이제 경기 남부 핵심 일자리와 서울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입지라는 장점으로 바뀌었다. 조롱의 대상이던 신도시가 수도권 남부 집값을 이끄는 대장주로 올라선 배경이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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