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반복된 전산장애에 신뢰 흔들
동학개미 최대 수혜 증권사의 역설
코스피 띄운다는데 증권사는 먹통
엄주성 대표 리스크 관리 도마 위에
[땅집고] “10대 증권사 전체 민원의 85%를 한 증권사가 차지하는게 말이 됩니까”
국내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반복되는 전산장애와 거래 지연 문제로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동학개미운동 최대 수혜 증권사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핵심 경쟁력인 금융 인프라 안정성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산장애는 거래 자체를 중단시켜 투자자의 소중한 자금을 묶는 중대한 사고다. 지금처럼 증시가 급변하는 시장에선 주문 자체가 중단되거나 체결이 지연돼 대응 기회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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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변하는데 시스템은 마비…키움증권에 쏟아진 민원 폭탄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의 전체 민원 건수는 1만4081건이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 민원은 1만2072건으로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즉 10대 증권사 민원 10건 중 8~9건이 키움증권에서 나온 셈이다. 사실상 업계 대형 증권사 민원 대부분이 키움증권에 집중된 셈이다.
민원이 폭주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전산장애가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월 초 이틀간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주문 체결이 한 시간가량 지연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등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려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제때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그 결과 작년 2분기에만 1만건 이상의 민원이 폭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 거래 활성화로 전체 민원 규모 자체가 증가한 측면은 있다고 본다. 다만 키움증권은 단순 민원 증가 수준을 넘어 반복적인 전산장애가 누적되면서 투자자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비대면 중심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는 회사 특성상 시스템 안정성은 사실상 핵심 상품인데, 기본적인 거래 인프라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투자 확대에도 또 먹통
키움증권은 뒤늦게 시스템 안정화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해 9월 IT 부문에 3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고, 기존 연간 1000억원 수준의 투자 외에 올해 450억원, 내년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장애는 반복됐다.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키움증권 MTS ‘영웅문S#’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졌다. 미국 증시 거래 시간과 겹친 데다 당시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급락하던 시점이어서 투자자 불만은 더욱 커졌다.
반복된 장애 여파는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국내 주식 거래 시장점유율은 2024년 19.21%에서 2025년 17.96%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16.38%까지 낮아졌다. 개인 투자자 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해 1분기 29.7%에서 올해 1분기 25.7%로 4%포인트 감소했다. 여전히 업계 1위이지만 하락세는 뚜렷하다는 평가다.
◇정부 기조와 충돌…“금융 인프라 신뢰 흔들”
특히 최근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식시장 활성화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키움증권의 이 같은 행보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증시 부양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핵심 경제 과제로 내세웠는데, 대형 증권사의 반복적인 전산장애는 정책 신뢰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금융권 전산 사고에 대해 ‘엄정 문책’ 방침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반복 장애는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엄주성 대표 체제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국내 개인투자자 거래를 사실상 상징하는 플랫폼이 됐는데, 시장 지배력이 큰 만큼 시스템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책임도 훨씬 무거워졌다”며 “전산장애 문제가 반복되면 리테일뿐 아니라 기업금융(IB), 퇴직연금 등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