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 집 천장고는 미술관급" 강남 하이엔드 단지, '고고익선' 전쟁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05.22 17:36 수정 2026.05.22 17:37

“아파트도 단독주택처럼” 재건축서 3.55m 층고 등장…핵심지 vs 외곽지 ‘양극화’ 뚜렷

[땅집고]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지에 정비업계 최초로 약 3.55m 층고 설계를 제안했다. 경쟁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3m를 제안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


[땅집고] 서울 주요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가구 내부 천장고를 3m 이상으로 높이는 흐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일반 아파트의 천장고는 통상 2.2~2.3m 인데 최근에는 천장고를 3.55 m까지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천장고는 바닥 마감면부터 천장 마감면까지의 높이다. 천장고가 높을수록 개방감이 커져 주거 쾌적성을 좌우하는만큼 높은 층고가 하이엔드 아파트의 상징 중 하나가 되자 건설사들은 치열하게 고고익선(高高益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서 최초 등장한 ‘3.55m’…하이엔드서 3m는 이미 일반적

2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수주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지에서 업계 사상 최초로 3.55m의 층고 제안이 나와 화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가 이 단지에 역대 최고 높이의 층고를 제안한 것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정비사업 최대 높이 층고를 통해 세대 개방감과 동시에 초광폭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으며, 실거주 만족도 물론 자산 가치까지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경쟁사인 삼성물산 측도 천장고로 평균보다 훨씬 높은 3.3m로 제시하며 층고 경쟁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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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남권에선 일반 아파트 평균에서 층고를 훌쩍 넘어서는 3m 수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은 천장고를 3m 수준으로 제안했다. 최근 핵심지 주요 수주 단지들도 거의 3m에 인접하다. 삼성물산은 최근 수주한 대치쌍용1차 재건축에 천장고 2.82m를, GS건설은 성수1지구 재개발에 천장고 2.9m를 적용한다.

현행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거실과 침실의 천장 높이는 2.2m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아파트의 천장고는 통상 2.2~2.3m 수준이었으나, 하이엔드 단지들이 조금씩 층고를 점점 높여오며 현재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미 입주한 하이엔드 단지 다수는 평균을 넘긴 2.5m 이상의 층고로 지어졌다. 올해 1월 입주한 송파구 ‘잠실 르엘’, 2016년 입주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천장고가 모두 2.6m다. 각각 2024년과 2021년에 입주한 강남구 ‘래미안 원펜타스’ 와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천장고는 2.55m와 2.5m다. 2023년 입주한 또다른 강남 주요 아파트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천장고 역시2.5m 수준이다.

[땅집고]200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은 천장이 높아지면 창의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국내 아파트 천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층수 낮추고 공사비 보태서라도… “하이엔드 위상 지킨다”

그렇다면 높은 층고가 무조건 긍정적일까. 200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은 천장이 높아지면 창의력도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천장고를 높이면 공사비 부담도 증가하고, 같은 건물 높이에 지을 수 있는 층수가 줄어든다. 이에 상급지 조합원들은 비용을 더 들이고 층수를 줄이더라도 높은 천장고를 선택해서 하이엔드 위상을 지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압구정2구역과 압구정3구역은 천장 높이를 3m로 고수하기 위해 정비계획을 변경해 최고 층수를 70층에서 65층으로 낮췄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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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층고는 하이엔드 주택의 상징이다. 100억원을 가볍게 넘는 최상급 고급 주택의 천장고가 최고 7m 수준에 이르자 최상급지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점차 층고를 높이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 현재 강남권에서 가장 높은 층고를 기록한 곳은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로, 천장고가 7m에 달한다.

이 단지는2020년 8월 입주한 이후 2024년까지 4년간 국내 공시가격 1위를 기록했던 초호화 주택으로,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지난해 매입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273㎡(이하 전용면적) 작년 12월 마지막 매매가가 155억원에 달한다.

인근의 ‘에테르노 청담’의 천장고 역시 4m로, 일반 아파트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까지 2년 연속 공시가격 기준 전국 최고가 아파트다. 231㎡ 평형이 지난 15일 218억원에 거래됐다. 높이 20층, 1개동, 29가구 규모의 소가구 고급 단지다. 분양 당시 가수 아이유가 244㎡ 타입을 전액 현금으로 분양 받아 이른바 ‘아이유 아파트’로 불리고 있다. 배우 송중기씨가 분양받았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상급지는 ‘고고익선’ vs 외곽지는 ‘최저선’… 고착화하는 층고 양극화

고고익선 추세는 서울 강남권이나 용산구, 성동구 성수동 등 핵심지에서만 이어진다. 반면 서울 외곽지는 여전히 법정 최저 기준에 머무르고 있어 층고 양극화가 점점 심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1구역을 재개발한 ‘SK의 서울 첫 하이엔드’ 단지 ‘드파인 연희’의 천장고는 2.3m.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양한 ‘더샵 신길센트럴시티’도 2.3m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핵심지와 비강남 지역의 층고 양극화는 고착화한다고 보고 있다. 핵심지 정비사업지는 주거 환경과 향후 재산가치를 고려해 가구 수보다는 층고를 높여 하이엔드를 지키려 하지만, 비강남권의 경우 제한된 층수와 층고 안에서 한 가구라도 일반분양을 늘려 사업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층고를 최저선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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