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내 집 마련보다 셋방살이가 결혼에 유리" 국책기관 '황당무계' 주장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6.05.20 16:38

자가 살면 결혼 확률 19%↓, 셋방살이 하면 24%↑
국토연, 자가 보유 시 대출 압박에 결혼 기피 분석
“공공임대주택 비중 높여야” 주장
“인과관계 왜곡한 연구 결과” 비판 쏟아져

[땅집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관악봉천 청년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땅집고]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자가에 거주하면 결혼 확률이 낮아지고, 임차(월세·전세)로 거주해야 결혼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과 내 집 마련이 혼인율을 높인다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학계와 부동산 업계에서도 보고서 발표 내용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자가 대신 임대 거주하면 결혼·출산 확률 더 높아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박진백 부연구위원과 연구진은 지난 18일 국토정책브리프 제1063호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주택 점유 형태별 결혼 형성 생존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자가 거주는 결혼 확률을 낮추는 반면, 임차 거주는 결혼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에 거주할 경우 임대 거주에 비해 결혼 확률이 약 19.2% 감소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30대 중반 이후 연령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35세 이하에서는 자가 거주 시 결혼 확률이 26.2%나 감소하고 40세 이하에서는 23.9%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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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면 자가 거주 대비 결혼 확률이 약 23.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는 35세 이하 임차 거주자의 결혼 확률이 35.5%, 40세 이하는 31.3%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집 없이 셋방살이를 해야 결혼할 마음이 더 생기고 실제 혼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대를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로 구분했는데, 두 유형 모두 결혼 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서울에서 20대~30대 초반 청년들이 자가를 마련할 경우, 대출 상환 등의 압박이 크기 때문에 결혼을 꿈꾸기 어렵다”며 “주거비용을 아낄수록 결혼 등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에 사는 사람은 결혼 확률이 임대 거주자보다 약 19% 낮았고, 반대로 임대 거주자는 자가 거주자보다 결혼 확률이 약 24% 높았다고 분석했다./국토연구원


◇연구진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중 높여야”…인과관계 왜곡한 연구 결과

출산 역시 공공임대 거주 가구는 자가 보유 대비 자녀 출산 가능성이 3.4배, 3자녀 이상 출산 가능성은 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임대 거주 가구의 경우 자가 대비 출산 가능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자가·임대 점유 형태로는 출산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돼 자가 보유 확대만으로 출산율을 제고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진백 부연구위원과 연구진은 “독립, 결혼, 출산 등 청년 생애주기에 대응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다양한 평형으로 공급하되 60㎡ 내외 이상 중형 평형 공급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결혼 이후에도 거주 가능한 장기 거주형 청년주택 모델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청년층은 연구 결과를 두고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자 황당한 궤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실에서 청년 1인 가구가 혼자 살면서 자가(내 집)를 보유한 경우는 이미 고소득이거나 자산이 많아 결혼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대다수 청년은 임차(전·월세) 상태로 혼자 살다가 결혼을 결심하거나 신혼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애주기다. 즉, 임차로 살아서 결혼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앞둔 미혼 청년들이 임차 형태로 많이 거주하고 있는 현실이 통계에 반영된 것뿐인데, 국토연구원은 이를 거꾸로 해석해 “자가 거주가 결혼을 막는다”는 식의 결론을 낸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실을 왜곡한 통계로 선동하는 느낌이 든다”, “빠르게 자가를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는데 공공임대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것 아니냐”, “대부분은 전세로 시작해 결혼 후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데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가를 사느라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임차가 결혼에 더 유리하다고 단정하기에는 현실 괴리가 크다”며 “정부의 청년 주거지원 및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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