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성장 둔화 속 1분기 호실적
이마트는 점포 혁신, 신세계는 고급화로 승부
계열분리·지분정리 이후 책임경영 체제 첫 성과
[땅집고] 신세계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가 올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냈다. 온라인 소비 확산과 내수 부진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모두 성장성이 둔화된 전통 유통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지난해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이 각각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본업의 약점을 정면으로 보완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적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설계한 ‘남매 분리·책임경영’ 구도가 본격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남매가 각각 다른 사업 축을 맡는 구조가 경영 리스크가 아니라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170조 황금알 시장을 선점하라! 시니어 시설 개발 A to Z
앞서 이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 인적분할 이후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에게 백화점 사업을 맡겨왔다. 지난해 계열분리 공식화에 이어 올해 지분 정리까지 마무리되면서 두 사람의 책임과 권한은 더 분명해졌다.
지분 구도도 정리됐다. 정용진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하던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정유경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하던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각각 정용진·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분리경영 체제로 사실상 전환했다. 이 총괄회장이 그려온 승계와 계열분리의 밑그림이 지분 구조상으로도 완성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분리경영의 효과는 사업 전략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세계는 강남점과 본점을 중심으로 명품, 미식,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했고, 이마트는 가격 경쟁력과 상품 구성, 점포 리뉴얼을 앞세워 오프라인 할인점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백화점은 고급화로, 할인점은 효율화와 체류형 매장 전략으로 승부한 것이다.
◇신세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 백화점, 자회사매출 호조 영향
신세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총매출 3조2144억원, 영업이익 19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49.5%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실적을 이끈 것은 백화점 사업이다. 1분기 백화점 사업 총매출은 2조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영업이익은 1410억원으로 30.7% 증가했다. 강남점과 본점 리뉴얼, 명품 브랜드 강화, 식음 콘텐츠 확대가 맞아떨어졌다.
강남점은 리뉴얼 이후 명품과 식음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 대표 럭셔리 백화점 입지를 굳혔다. 본점은 ‘더 헤리티지’ 개관과 함께 ‘더 리저브’, ‘디 에스테이트’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확대했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끌어들였다.
외국인 매출 증가세도 뚜렷했다. 신세계 본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도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었다. 신세계는 올해 백화점 외국인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패션·뷰티·식음 콘텐츠를 한 공간에 모은 전략이 내국인과 방한 관광객 수요를 동시에 흡수한 것이다.
자회사 실적도 개선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분기 매출 2957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452.6% 늘었다. 수입 패션과 수입 화장품 사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스튜디오 톰보이, 일라일, 맨온더분 등 자체 브랜드도 리브랜딩과 운영 효율화 효과를 봤다.
◇이마트, 점포 리뉴얼·트레이더스 성장으로 최대 영업이익
이마트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1593억원보다 11.9% 증가했다. 2012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의 1분기 최대 영업이익이다. 다만 연결 기준 순매출은 7조1234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G마켓이 연결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다.
별도 기준 실적은 더 선명하다. 이마트의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1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333억원보다 9.7% 늘었다. 별도 기준 총매출도 4조6258억원에서 4조7152억원으로 1.9% 증가했다. 가격·상품·공간 혁신을 중심으로 할인점 본업 경쟁력을 회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점포 리뉴얼 효과도 컸다. 스타필드 마켓으로 바꾼 일산점은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1% 늘었다. 방문객 수도 104.3% 증가했다. 동탄점과 경산점 매출도 리뉴얼 이후 각각 12.1%, 18.5% 늘었다. 대형마트를 단순 장보기 공간에서 체류형 매장으로 바꾼 전략이 고객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냈다.
고물가 흐름 속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도 성장했다. 올 1분기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매출은 9.7% 늘어난 1조601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대용량·저가 상품 경쟁력이 부각됐다.
자회사 실적은 엇갈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투숙률과 객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6.7% 늘어난 39억원을 기록했다.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신규 출점 효과로 순매출이 8179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293억원으로 줄었다.
신세계그룹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주환원과 미래 사업 투자에도 나선다. 신세계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첫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기준일은 오는 29일이다. 배당 총액은 약 114억원,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300원이다.
이마트는 기존 사업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투자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혁신적 패러다임 시프트가 1분기부터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 미래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