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차할 데도 없는데 고사리를 여기다 널어놓으면 어떡하나요? 여기가 주차장인지, 건조장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주차 공간에 나물을 펼쳐 말리는 사례가 등장해 입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용공간을 개인 용도로 점유하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입주민 간 갈등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지 내 주차장에 고사리를 펼쳐 말리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차량이 주차돼야 할 공간에 돗자리를 깔고 나물을 건조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벽돌로까지 고정해 둔 상태였다. 글쓴이는 “주차하려다 밟을 뻔했다”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주차장은 건조장이 아니다”, “이건 주차가 아니라 점유” 등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관리사무소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중주차나 장기 방치 차량뿐 아니라 복도에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개인 헬스장처럼 사용하는 등 공용공간을 ‘내 공간’처럼 쓰는 사례도 나왔다. 주차장과 복도, 계단은 입주민 모두의 공간이지만, 일부의 편의 위주 사용이 갈등을 키우는 양상이다.
법적으로도 공용공간의 무단 사용은 일정 부분 제재 대상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에 따르면 공용부분의 용도나 구조를 변경할 경우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9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물건을 잠시 펼쳐두는 행위는 구조 변경이 아닌 ‘단순 점유’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단지에서는 관리규약을 통해 주차장 내 물품 적치나 장시간 점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동 요청이나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제재 수단이 약하다 보니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문제도 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피난시설과 통행로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주차장은 피난시설 해당 여부에 따라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단속 역시 쉽지 않다.
공용공간 사유화 문제는 ‘규정은 있지만 체감되는 제재는 약한’ 구조 속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낮은 처벌 강도와 일부 입주민의 인식 부족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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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입주민 간 기본적인 사용 기준에 대한 합의와 함께 관리주체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용공간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잠시 빌려 쓰는 곳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는 한 ‘고사리 주차’ 같은 장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min0212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