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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로 뒤덮은 2000억 골프장…2030 떠나자 애물단지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5.17 06:00

폐업한 골프장, 태양광 밭으로 변신 중
골프인구 급감한 일본에서 특히 가속화
LG CNS, 일본에서만 발전소 4곳 개발

[땅집고] 총 27홀 규모 골프장이었던 일본 야마구치현 미네시 부지가 LG CNS의 태양광 발전소로 변신한 모습. /LG CNS


[땅집고] 노무현 정부 시절 등장한 초대형 개발사업 ‘솔라시도’. 전남 영암·해남군 일대에 총 8조2265억원을 들여 골프장, F1(국제자동차경주) 등 스포츠 관련 시설을 품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솔라시도에 2024년 3월 개장했던 코스모스링스CC는 총18홀짜리 대중형 골프장으로 길이 1850m, 폭 100m규모 활주로 4개가 붙어있는 직선 코스가 특징이었다. 모든 코스 거리를 더하면 672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어 주목받았기도 했지만, 개장 17개월만에 경영난으로 공매에 넘겨졌다. 감정가가 2060억원이었으나 계속 유찰돼 가격이 급락했고 지난해 11월 BS그룹이 650억원에 인수했다. BS그룹은 이 곳을 태양광 발전단지 등 에너지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에는 코스모스링스CC 인근 부지 42만5575.6m²(약 12만8736평)를 한 태양광 개발업체가 경매로 100억원대에 가져갔다. 당초 골프장과 연계한 리조트, 주택단지, 상업시설 등을 짓기로 계획했던 땅인데 감정가(약 280억원)의 3분의 1토막 수준 금액에 낙찰된 것.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거지던 골프장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단독] 8.2조 '골프 관광도시' 굴욕, 12만평 땅 태양광업체가 100억 낙찰

그런데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선 골프장이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하는 현상이 이미 10년 전부터 관측돼왔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는 신규 이용자 진입 문턱이 높은 편이다. 골프채 등 기본 용품을 구입하는 데만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들고, 골프장 이용비로도 한 번에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젊은층 사이에선 골프 무관심 현상이 계속돼왔고, 주 고객층이었던 직장인들 역시 접대용 골프 모임이 줄면서 골프장마다 매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실제로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2018년 들어 4월까지 폐업 신고한 일본 전국 골프장 수는 13곳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4개월 만에 2017년 한 해 동안 문 닫은 수치(12곳)을 뛰어넘은 것. 더불어 이 기간 동안 일본 전국 골프장 약 950곳 중 매출 감소를 겪은 곳은 37.1%(353곳)인 것으로도 집계됐다. 골프장 이용자 수는 8655만6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2년(1억232만5000명) 대비 1576만명이 감소했다. 산케이 신문은 이 같은 추세라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세계 금융위기 때 폐업한 골프장 수(28곳)를 곧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땅집고] 2025년 가동을 시작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후나키 태양광 발전소’ 모습. 당초 1965년 개장한 9홀 규모 퍼블릭 골프장인 후나키 골프 클럽이 있던 부지다. /온라인 커뮤니티


골프 인구가 감소하면서 골프장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이 넓은 부지를 재활용할 방안으로 태양광이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약 10만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15만~20만m²(약 4만5000평~6만500평) 정도로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더 나아가 최대한 많은 태양열을 받을 수 있도록 부지를 평평하게 조성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이 같은 형태로 개발된 골프장에서는 별도 시간이나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어 관련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

2015년 일본의 태양광 개발업체 ‘서니솔라’가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에서 운전을 시작한 ‘서니솔라 후쿠시마 중앙발전소’가 대표적이다. 개장 2년 전까지만 해도 총 76만m²(5만1425평)에 18홀로 멀쩡히 영업하던 골프장이었는데, 이 곳에 태양광 패널 10만5000장을 설치해 대규모 발전소로 탈바꿈한 것. 마찬가지로 전자·세라믹·태양전지 제조회사인 교세라그룹 역시 비슷한 시기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골프장 부지에 27MW 규모 ‘후쿠시마 타비토 메가솔라 발전소’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교세라그룹은 교토에 있는 약 30만m²부지 골프장 부지에도 23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했다.

[땅집고] 2013년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LG CNS가 폐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 4곳 위치. /LG CNS


우리나라 기업도 방치된 일본 골프장 부지에 태양광 개발 단지를 짓는데 나섰다. LG CNS가 2013년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시마네현 ▲하마다시 ▲야마구치현 ▲미네시 등 폐골프장 4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한 것. 특히 미네시에 1600억원을 투입해 준공한 56MW급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당초 27홀 짜리 골프장이었는데, 이 곳에 패널 17만장을 설치하면서 미네시 전체 약 1만가구가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해낼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전해진다.

전세계 곳곳 골프장이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추세를 접한 네티즌들은 “넓은 땅이 버려지면 아까운데 태양광으로 전략이라도 생산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미관상으로는 잔디가 푸르른 골프장보다 위협적이고 못생긴 것 같아 아쉽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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