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주민들이 재개발 사업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으라는 국가유산청의 명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맞은편에 위치한 노후 도심 재개발 구역으로, 최근 서울시가 고도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곳이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14일 오전 세운상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산청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인허가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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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표회의는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이미 인허가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변경 고시를 거쳤고, 올해 3월 19일에는 서울시와 종로구 통합 심의도 통과했다”며 “현재는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만 남겨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의 조치가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 보호지구 밖에 있는데도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권고를 명분으로 법에도 없는 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의 인허가 자치권을 방해하는 행정 폭주”라고 했다.
주민들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법적으로 의무가 아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사실상 명령하고, 사안을 정치 쟁점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대표회의는 허 청장이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공문 원본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허 청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지난 3월 14일 서한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허 청장에 따르면 해당 서한에는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 관련 사안을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현장 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세운4구역 재개발은 그동안 낮은 사업성과 노후 건축물 문제로 장기간 지연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이 일대 높이 규제를 완화했다. 종로변 최고 높이는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각각 상향했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고층 개발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한 뒤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의 이행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세운4구역 재개발은 인허가 막바지에서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정비사업 추진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 들어섰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