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싸게 나온 용산 아파트, 알고보니 사장님 집
이촌역 초역세권 ‘한강대우’, 22.8억에 입찰
시세 수준에 낙찰될 가능성 높아
[땅집고]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가 이달 시세보다 최소 5억원 저렴하게 경매로 나와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주택 소유자가 설영기 전 대한방직 사장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우’ 전용 84㎡(34평) 8층 아파트가 이달 26일 최저입찰가 22억8000만원에 2회차 경매를 진행한다. 당초 올해 3월 감정가인 28억5000만원에 첫 경매 입찰을 받았으나 한 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5억7000만원 낮아진 것이다. 사건번호 2025타경52114.
☞입찰가부터 수익률 계산까지…국내 첫 AI기반 경매 도우미 등장
‘한강대우’는 2000년 입주한 최고 24층, 10개동, 총 834가구 규모 아파트다.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이촌역 4번 출구를 끼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다. 남쪽 한강까지 직선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일부 고층 주택에선 서울에서 최고 조망권으로 꼽히는 ‘한강뷰’가 가능하다. 2023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입주민들에게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를 받았지만, 내부에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현재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한강대우’ 84㎡는 지난해 7월 28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들어서는 총 3건 거래됐는데, 모두 27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최고 28억5000만원에 매물이 등록돼있다. 만약 이달 경매에서 최저입찰가(22억8000만원) 수준에 ‘한강대우’를 낙찰받는다면, 시세보다 최소 5억7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매수하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에 경매로 나온 ‘한강대우’ 아파트가 대한방직 3세 경영인 출신인 설영기 전 사장이 보유한 주택이라는 것이다.
대한방직은 1953년 고(故) 설경동 창업주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한 섬유업체다.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에 섬유 수출 사업으로 국가 경제를 일으켰던 향토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회사가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이후 산업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중공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옮겨가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방직은 매출로 1583억8586원을 벌어들였지만 영업이익은 6억9669만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6억1060억원을 기록하면서 손실로 돌아섰다.
1964년생인 설영기 전 대한방직 사장은 설가(家) 3세 경영인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고, 이후 승진해 2011년부터 사장직을 지냈다. 그런데 6년여 만인 2016년 사임했고, 곧바로 2017년에 자본금 2억5000만원으로 섬유·의류업체인 ‘스핏브릿지’를 창업했다. 현재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설영기 전 사장은 ‘스핏브릿지’를 경영하면서 2010년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17억원에 매입했던 ‘한강대우’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 후 잡힌 채권 금액이 총 16억원대로 집계된다. 이 중에는 그가 몸 담았던 대한방직으로부터도 차입한 5억원도 포함돼있다.
‘스핏브릿지’는 2021년까지만 해도 매출 145억9000만원에 영업이익으로 약 3억원을 남겼다. 하지만 사업이 점점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24년에는 매출이 27억원대까지 내려앉았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렇다보니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들어 대한방직을 포함한 채권자들이 가압류를 걸기 시작했고, 10월 중소기업은행이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집이 결국 경매로 넘어갔다.
권리분석 결과 2013년 은행권이 설정한 2400만원 상당 근저당권이 말소기준권리며, 이후 모든 권리는 소멸하는 깨끗한 물건이다. 최저입찰가가 22억8000만원으로 시세보다 5억원 이상 저렴하긴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에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수두룩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세 수준으로 입찰가를 써내야 할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