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부터 대리점, 이색카페까지…입지 장점에 시행사들 ‘군침’
외곽 입지는 처참…철거비 못 내 방치된 ‘좀비 주유소’도 속출
[땅집고] 전기차 보급 확산과 유가 상승, 업계 간 경쟁 심화로 벼랑 끝에 몰린 주유소 부지가 도심의 ‘알짜 부동산’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로변 코너 등 탁월한 입지 조건을 갖춘 덕에 주상복합, 코리빙하우스, 카페 등으로 화려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지가 상승률이 가파른 경기도 안양시에서만 세 곳의 주유소 부지를 매입약정으로 인수해 임대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LH는 이 일부 토지에서는 이미 토지대금 중 선금을 지급한 상태다. LH는 과거부터 안양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개발은 이미 업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개발부지가 점차 고갈되는 서울에서 주유소가 개발부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 주유소는 대개 대로변에 위치한 데다 차량 진출입이 용이한 코너 입지를 선점하고 있어 핵심 지역에만 있으면 시행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매물이다. 도심 내 소규모 고밀도 개발을 위한 최적의 거점이라는 평가다.
SK디앤디는 서울 용산구 주유소 부지를 매입해 2024년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용산 241’을 오픈했다. 종로구 안국역 인근 현대오일뱅크 재동 주유소 부지는 2023년 코람코자산신탁에 의해 ‘고궁 뷰’를 갖춘 공유주거 시설로 탈바꿈했다.
건국대 인근의 광진구 자양동 SK청담대교 주유소는 2018년 ‘더 라움 펜트하우스’ 오피스텔로 변신했다. 특히 주유소 부지 개발로 인기가 높은 건 카페다. 주유소 특성상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다. 실제로 전북 수성동의 ‘분더 퓨얼’은 기존 주유소 시설을 개조한 이색 카페로 눈길을 끌고 있으며, 서울 내에만 수곳의 주유소가 스타벅스 등 카페로 바뀌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던 한 주유소 자리(660㎡)에는 2023년 2층짜리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해당 주유소는 대형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이른바 ‘항아리 상권’이었으나, 수익성 악화로 2020년 문을 닫았다.
주유소는 이밖에도 다양한 부동산으로 변신 중이다. 학여울역 인근 과거 SK대치동 주유소는 현재 LG전자베스트샵 대치본점으로 운영 중이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유소는 2020년 폐업 후 10층 규모 빌딩으로, 개포동의 또다른 주유소는 병원 건물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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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입지 대로변에 코너 입지…시행사들에겐 '최고의 먹잇감'
주유소의 대변신은 주유소 수익성 악화와도 맞물린다. 차량 대중화와 함께 호황을 맞아 과거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렸던 주유소는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국 주유소 숫자는 2010년 1만3000여 곳으로 정점을 찍으며 경쟁이 격화했다. 이후 매년 100~200여 곳이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기차 보급 확산과 유가 상승 등으로 생존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개발 호황은 입지가 좋아 개발이 가능한 곳은 극히 일부의 사례다. 지방이나 외곽 지역 주유소들은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계에 따르면 약 1000㎡(약 300평) 규모의 주유소 하나를 폐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1억 4000만원에 달한다. 유류저장 탱크 등 위험시설 제거 비용에 약 7000만원, 오염된 흙을 닦아내는 토양 정화 비용에 7000만원이 각각 소요된다.
비용 부담 때문에 폐업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하고 방치된 이른바 ‘좀비 주유소’는 매년 생겨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경우, 도심 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주거 및 상업 시설 개발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