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조치원 자이’에서 블랙아웃 재난
지하 전기실 화재로 대규모 정전·단수
입주민 5000명 피해…정부 대응 매뉴얼 필요성
[땅집고] “요즘 전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황금같은 연휴에 아파트가 한꺼번에 정전이라니… 입주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었겠어요.”
세종시 조치원읍 죽림리에 2008년 입주한 ‘조치원 자이’. 총 1429가구 규모로, 주민 5000여명이 살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 기차역인 조치원역이 가깝고 도로 하나만 건너면 세종시 조치원청사에 도착하는 입지라 지역 시세를 견인하는 대장주로 꼽힌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2억3000만원에 팔리던 이 단지 전용 84㎡(34평)가 3억1000만원에 팔리면서 1년 만에 매매가가 8000만원 오르는 등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연휴가 낀 이달 1일 오후 8시쯤 ‘조치원 자이’에서 신종 재난이 터졌다. 아파트 지하 전기실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과 배전반이 모두 타버린 것.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화재로 전기실 케이블이 모두 사라지면서, 5000여명 주민들이 돌연 정전과 단수 피해를 입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온수 중단, 냉장고 안 식품 부패, 휴대폰 충전 불가 등 일상이 모두 멈춰버린 수준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아파트 전체가 완벽한 블랙아웃에 빠져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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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파악한 세종시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김하균 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7개반 20명으로 구성된 재난피해자지원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 세종시는 조치원읍 행복누림터, 마을회관, 경로당, 민간 숙박시설 1곳 등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대피한 주민들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또 피해 가구에 생수·얼음·양초·모포 등 생필품을 배부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가구에는 생수를 직접 배달해주는 등 아파트 블랙아웃이라는 신종 재난에 대처했다.
정부도 지원책을 펼쳤다. 한국전력공사가 현장에 출동해 아파트 측과 응급 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설비 복구를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다행히 정전 피해가 발생한지 약 5일 만인 이달 6일 밤 10시 27분쯤 세대별 전력 공급이 순차적으로 시작됐고, 7일 오전 3시 46분에는 모든 가구 및 공용 공간에 대한 전력 공급이 완료됐다. 수도의 경우 지난 2일 오전 9시 50분쯤 아파트에 비상발전차를 긴급 투입해 급수펌프 및 공용 화장실 등 필수생활 시설이 공급됐다.
다행히 현재 ‘조치원 자이’ 입주민 모두 일상을 되찾은 상태지만, 국내 핵심 주거 시설이 아파트가 되면서 정부 측 대응 매뉴얼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초고층 공동주택으로 짓는 아파트 특성상 한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최대 수천명에 달하는 만큼, 정전이나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 규모가 상당할 수 있어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이번 대응 과정을 면밀히 점검해 신속한 복구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굴하고,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