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매 받자마자 잿더미 된 아파트, 낙찰자도 이웃 집도 보상 없다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5.10 06:00

20년째 살던 의왕 아파트 경매로 넘어가자
집주인 부부 방화 후 숨져…이웃집도 피해
손해배상청구, 보험사 보상 기대 어려울 듯

[땅집고] 지난달 30일 경기 의왕시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2단지’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땅집고] 최근 경기 의왕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민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집에 불을 낸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집주인 부부였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60대인 이들이 최근 경제난을 겪었던 가운데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가자,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재로 불이 난 주택 뿐 아니라 윗집 세대들도 피해를 봤다. 그럼에도 피해를 본 주민들이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이나 보험사를 통한 보상을 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경기 의왕시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2단지’ 전용 84㎡(34평) 14층 주택이다. 올해 1월 감정가 6억5900만원에 최초 경매를 진행했지만 응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유찰됐다. 이어 2월에 열린 2회차 경매에서 최저입찰가가 5억2720만원까지 낮아지자 이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 4명이 몰렸다. 이 중 최고가 5억9501만원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아갔다. 사건번호 2025타경10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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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보라빌리지2단지’는 지상 최고 20층, 9개동, 총 766가구 규모 아파트다. 2002년 입주해 올해로 25년째다. 행정구역상 의왕시이긴 하지만 북쪽으로 안양시 평촌신도시와 맞붙어있어 사실상 평촌생활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호선 안양역인데, 단지 앞 버스정류장에서 10분만 이동하면 도착할 정도다.

수도권 핵심 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반도보라빌리지2단지’ 가격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84㎡ 기준 4월 7억45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을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이 집을 5억9501만원에 낙찰받아간 투자자가 잠정 차익으로 1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오전 10시 30분쯤 이 집에서 돌연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이날 경매로 집이 넘어가기 전 소유권을 갖고 있던 A씨 부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가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이들이 내부에 불을 피운 것. 부부 중 남편은 집에서 추락해 숨졌고, 부인은 집 전소한 집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옷에서 발견된 유서에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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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씨 부부는 2007년 공동명의로 ‘반도보라빌리지2단지’를 5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때 은행으로부터 채권최고액을 3억9600만원으로 설정하는 대출을 받았고, 2019년 B은행으로 대출을 옮기며 최고액을 4억320만원으로 상향했다.

그런데 2024년 들어 아파트에 압류·가압류가 걸리기 시작했다. 채권자인 B은행이 청구한 약 3억원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기관이 채무 상환에 돌입한 것. 각 기관마다 채무액은 최고 900만원대에서 최고 35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아파트에 대한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고 A씨부부가 집을 비워줘야 하는 당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땅집고] 지난달 30일 경기 의왕시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2단지’ 14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내부가 검게 그을린 모습. /연합뉴스


이번 사고로 A씨 부부가 사망하고, 이웃 6명이 화상과 연기 흡입으로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14층에서 시작한 불길이 치솟으면서 아파트 외관이 까맣게 그을린 상태다.

인근 주민은 언론에 "쾅 소리와 함께 창문이 마구 흔들렸다, 밖을 보니 불길이 치솟고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에 심장이 철렁했다"고 전달했다. 다른 입주민은 “처음에는 외부 소음인 줄 알았는데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이어졌고 곧바로 주민들이 한꺼번에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건이 언론과 SNS를 통해 확산하자 불이 난 주택 바로 윗집인 15층에 살고 있다고 밝힌 피해 가족 B씨의 글도 덩달아 퍼지고 있다.

B씨는 가구 등 집안 내부가 불에 다 타버려 까맣게 된 사진을 공개하며 “부모님이 처음으로 장만하신 집이다, 20년 넘게 사셨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으셨다. 우린 눈물도 안 난다"면서 "허망하게 불타버린 집안 내부와 옷가지, 이불, 침대 중 현장에 가보니 건질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바로 아래에서 불이 시작돼서 남들보다 피해가 크다”면서 “화재민이 된 상황에 화재보험도 없어서 가재도구에 대한 보상이 너무 작더라"고 호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방화 당사자인 14층 집주인이 사망하면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이웃집 주민들이 사실상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집주인 부부가 모두 숨진 터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자녀 등 상속인들에게 넘어가는데, 이들이 채무 상속을 포기하면 소송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명백한 방화로 밝혀지는 경우 보험사를 통한 보상 역시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 받은 사람도 화재와 관련된 훼손에 대해서 피해를 받을 방법이 없다.

한편 이달 6일 경기 의왕시는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이웃 주택들에 대한 긴급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불이 난 14층 바로 위층 주택과 인근 세대 등 총 7가구다. 의왕시는 하루 최대 7만원 숙박비를 최대 3주 동안 지원하고, 이 기간 하루 최대 2만7000원 상당 식사비도 지급하기로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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