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바꾼 부동산 지각변동]⑥공장 부지가 청주의 강남으로 탈바꿈
1세대 디벨로퍼의 꿈, SK하이닉스가 완성한 ‘직·주·학’ 도시
[땅집고] 4일 오후 찾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맞은편으로 40층이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우뚝 솟아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인근 솔밭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로 금세 붐볐다. 사거리 학원가 역시 아이들로 가득 찼다. 일대 학원수만 100개가 넘으면서, 청주를 대표하는 학원가로 거듭났다.
한때 공장 지대였던 이곳은 이제 ‘직주근접’을 넘어 ‘직·주·학’이 결합된 도시로 바뀌었다. 반도체 산업이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한 대표 사례다. 흥덕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영숙 대교하이캠퍼스 대표원장은 “동탄이나 강남처럼 학군지로 자리 잡아가는 초기 단계”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하이닉스 업황 반등과 맞물리며 학원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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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2~3억원 껑충…‘30대 실거주’가 주도
SK하이닉스 일대 아파트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2~3억원씩 뛰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지웰시티 1차 전용면적 99㎡(39평형)는 지난달 9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6억원대 초반이었던 매매가와 비교하면 약 3억원 올랐다. 바로 옆 두산위브지웰시티 2차 역시 전용 80㎡도 지난달 7억9000만원에 거래돼 1년 새 약 2억원 상승했다.
이 일대 핵심 주거지는 현대백화점 충청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웰시티’다. 신영지웰시티 1차(2164가구), 두산위브지웰시티 2차(1956가구), 청주지웰시티푸르지오(466가구)까지 약 4500가구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룬다. 시장에선 이곳을 ‘청주의 강남’으로 부른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캠퍼스 북쪽에 위치한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엔 1만1000가구가 새로 들어선다.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2019~2020년 전국적으로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엔 외지 투자 수요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실거주 중심이다. 특히 30대 초반 젊은층들도 적극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혼 초기부터 직주근접 단지에 자리 잡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영숙 지웰대림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거래의 90%가 SK하이닉스 직원이었다”며 “협력업체까지 유입되면서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 전월세 가격도 평균 20~30% 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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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배후 주거지, 학원 100개 몰린 신흥 교육벨트
지웰시티는 옛 대농 방직공장 부지를 개발해 조성한 대규모 복합단지다. 방직공장 부지를 디벨로퍼 신영이 인수한 뒤 주상복합·백화점·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개발(MXD) 방식으로 재탄생했다. ‘한국판 롯폰기 힐스’, ‘청주의 타워팰리스’를 내세우며 등장했던 사업으로 당시 민간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입했다. 스포츠스타였던 미셸위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고, 지웰시티는 ‘청주의 타워팰리스’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사업 도중 차질을 빚으며 고전하기도 했다.
결정적 변수는 바로 옆 산업단지였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LG화학 등 대기업 사업장이 자리 잡으면서 고소득 직장인 수요가 대거 유입됐다. 자연스럽게 주거 수요가 형성됐고, 이어 교육 인프라까지 따라붙었다. 직장-집-학교-학원이 거대한 하나의 벨트로 묶여 있다. 맞벌이 고소득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아이의 안전한 동선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례없는 파격 성과급 지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주사업장 인근 출·퇴근길에 자동차 딜러, 금융 투자상품 영업사원, 아파트 분양 관계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자리 1만개 더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2일, 청주 테크노폴리스에서 ‘P&T7’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P&T7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반도체용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생산시설로 약 23만㎡ 부지에 조성되며 클린룸 면적만 약 15만㎡에 달한다. 19조원을 투자한다.
공사 기간 하루 평균 320명, 최대 90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완공 이후에도 약 3000명이 상주 근무할 예정이다. 기존 M11·M12·M15·M15X 공장과의 시너지가 더해지면 청주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 클러스터로 자리 잡게 된다. 산업단지 활성화에 따라 교통망과 주변 인프라 확충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병기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은 “P&T7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 거점”이라며 “이곳에서 생산될 첨단 제품들이 글로벌 AI 인프라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제조 역량을 집중함과 동시에 지역 사회와 소통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말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