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중 유일 ‘역성장’, 해외법인 충당금 영향
증시 호황 속 증권사 영향력 미미, 임종룡 ‘2기’ 과제
[땅집고]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회장 체제 2기에서 처음 받아든 성적표는 ‘역성장’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형태는 갖췄지만, 증시 호황의 열매를 따먹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6038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수치다. 복수의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인 7700~8000억원대를 크게 못미친 점에서 충격이 크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중동전쟁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동성 확대로 유가증권, 환율 관련 이익이 감소한영향이다. 여기에 해외법인 적자와 금융사고로 인한 일회성 충당금 등을 반영한 결과다.
◇ 은행 실적 부진, 해외법인 적자에 금융사고 여파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실적이 부진했다. 은행 1분기 순이익 531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6341억원 대비 16.2% 감소한 수치다. 이자이익은 1조9180억원에서 2조410억원으로 늘었지만, 비이자이익이 2540억원에서 1610억원으로 36.6% 줄어들었다.
해외법인 관련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요인이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1분기 대손비용으로 5268억원을 쌓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그 중 은행 해외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 1380억원에 달한다. 해외 법인 11곳의 순이익 작년 총 434억원으로, 전년 2130억원에 비해 1696억원(79%) 급감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1080억원대 금융사고로 74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명예퇴직 비용 1830억원 등 일회성 비용도 겹쳤다.
곽성민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은행 희망퇴직 비용, 해외 현지법인 일회성 충당금, 분기 중 급등한 환율·시장금리에 따른 환손실 등이 반영됐다”며 “이를 제외하면 그룹 경상 손익은 9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 “은행에 묵혀둔 돈”3천만 원으로21채 일궈낸 ‘부동산 경매 수익’의 비밀
자본 건전성은 개선됐다.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6%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당초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던 13%를 조기에 달성한 것이다. 그에 따라 1분기 분기 배당을 전년 동기 대비 10% 늘린 주당 220원으로 결정했고, 은행 지주 중 유일하게 비과세 배당도 지속하는 등 주주환원을 강화했다.
◇ 증권사 출범 1년, 증시 호황 열매 못 따먹어
우리금융은 임종룔 회장의 첫번째 임기 때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 우리투자증권 출범 등으로 종합금융사의 외형적 조건을 갖췄다. 비은행 손익 비중이 23.5%으로 작년 1분기 8.8%에서 14.7%포인트(p) 늘어났지만, 올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목표한 그룹 시너지 강화의 성과를 내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타 금융그룹이 증권사의 실적 덕분에 크게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금융 계열의 우리투자증권은 2025년 3월에야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아 종합증권사 형태를 갖췄다. 1분기 순이익 성장률은 1300%에 달하지만, 작년 1분기 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0억원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NH투자증권은 47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255억원 대비 128.5% 증가한 수치다. 그 덕분에 NH농협금융지주는 1분기에 868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7140억원에서 21.7% 성장했다. 5대 금융 중 가장 큰 성장세다.
그 외에 증권사별로 ▲KB증권 3502억원(92.8% 증가) ▲신한투자증권 2884억원(167.4% 증가) ▲하나증권 1033억원(37.1% 증가)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 계획을 밝혔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경영총괄사장과 곽성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은 지난 24일 중장기적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하나의 보험 자회사로 합병하고,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는 구상을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순위가 16위 정도인데 1조원 증자를 5월초에 마무리하면 11위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초대형 IB 종합투자회사 달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7년까지 자본 3조원, 2034년까지 4조원 달성 등 종투자 인가 프로세스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