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포 재건축 아파트 가진 다주택 공무원을 위한 항변 "소는 누가 키우나?"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6.04.28 06:00

이재명 정부 다주택자 정책 배제 기조
공직 사회의 자산 포비아
자산 규모 아닌 형성 과정 따져야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라"며 "서류 복사하는 사람들도, 기안 용지 복사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고 했다./연합뉴스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 공직자 배제’ 방침 이후 처음으로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4일 공개한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국토부 본부 및 산하 기관 전·현직 고위 공직자 14명 중 다주택자는 5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김헌정 국토부 대변인은 총 42억2803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이번 공개 대상자 중 1위에 올랐다. 신고한 채무는 22억7234만원이다.

재산 내역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아파트 분양권(전용면적 100㎡)과 부산의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임야 등이 포함됐다. 재산만 놓고 보면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강남 부자 공무원’의 전형으로 비친다.

관련기사 : 국토부 고위직의 '다주택' 실상..1위는 '반포 로또아파트' 소유한 다주택자

반포동 아파트 래미안 트리니원은 올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 대변인은 2005년에 매입해 실거주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반포주공1단지 전용 72㎡(22평형) 시세는 약 7억원 안팎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넓은 평형대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 100㎡ 호가는 63억~80억원으로 매입 금액과 비교해 10배가량 뛰었다.

반포동 아파트는 수십억원대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단지’로 꼽히면서, 주택 정책을 다뤘던 인물이 과도한 자산 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대변인은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주택정책관(국장)을 역임한 주택 정책 전문가로 향후 주택정책과 관련한 보직을 맡은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번 재산공개로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정책 승인 논의과정에서 빼라고 했던 ‘다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골고루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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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대변인의 자산 형성이 투기나 편법이 아니라 상속과 장기 보유, 재건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국토부 관료 A씨는 “우연히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있고, 오래 보유한 집이 재건축을 거쳐 가격이 오른 것까지 문제라면 공직자는 출신 배경까지 검증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집값이 오를 지역을 피해서 일부러 손해를 감수하며 집을 사야 하는 것이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린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비판과 함께 동정론도 감지된다. 제도적으로 문제 없는 자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 수행의 자격까지 문제 삼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김 대변인에게 대통령이 주택정책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다주택자 룰’을 적용할 경우, 국토부 주택전문가 인재풀조차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주택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 된 윤석열 정부의 수사와 재판으로 주택정책 전문 관료들이 수사를 받거나 대거 퇴직한 상태이다 국토부내에서는 “이런 저런 기준으로 다 배제하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인사 검증 분위기는 한술 더 뜬다. 장·차관급 인사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서울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상 배제 대상 1순위로 꼽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강남 아파트 소유 자체가 공직 수행의 결격 사유이자 도덕적 흠결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투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다주택자 등을 모두 배제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바 있다. 다주택자 배제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구분해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공직자의 도덕성과 정책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택 정책을 다루는 부처일수록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 결과 중심으로만 작동할 경우, 개인의 선택이나 배경까지 문제 삼는 ‘사후적 낙인’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의 성과와 책임을 개인의 자산 문제로 환원하는 접근 역시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공직자의 재산은 검증 대상이지만, 그 검증이 ‘무엇을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를 벌었는가’에 머무른다면 논쟁은 소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공직자의 자산 규모 자체가 아니라, 그 자산을 쌓는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다. 정당한 방식으로 자산을 보유한 전문가를 ‘다주택’이라는 굴레에 가두어 현장에서 내모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최선인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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