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놓고 경기도 10곳 ‘쟁탈전’
경마장 유치전, 최후의 승자는
마사회 이전 ‘적자 감당’은 누가?
[땅집고] “마사회를 유치하면 돈이 된다는 기대가 크지만, 실제로는 이전 초기 적자를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세수 역시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어요.” (한국마사회 박근문 노동조합위원장)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경기도 전역에서 한국마사회 유치 경쟁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장 예비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전면전이 과열화된 모습이다. 지자체에 한국마사회를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동시에 막대한 세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맨 땅에 헤딩’ 격으로 지자체에 유치한 유치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 부담으로 갈 수 밖에 없다.
◇ 우리 지역이 최적지…판 커진 경마장 유치전
경기도 내 유치 경쟁은 이미 10개 지자체를 넘어선 분위기다. 국민의힘 이천시장 최형근 예비후보는 지난달 19일 한국마사회를 찾아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천시는 팔당상수원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남부 농림지역과 임야를 활용할 수 있고, 저렴한 지가로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철역과 고속도로 IC에서 차량 5분 이내 접근 가능한 교통 여건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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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도 나섰다. 17일, 한국마사회를 직접 찾아 과천 경마장의 시흥시 유치에 대해 피력했다. 특히 시흥시는 과천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며 기존 이용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인천과 김포공항 접근성을 활용한 외국인 관광 수요 유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파주에서도 움직였다. 고준호 파주시장 예비후보는 한국마사회를 방문해 반환 미군 공여지 ‘게리오웬’ 부지를 후보지로 제시하며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GTX-A 등 수도권 광역교통망과의 연계 가능성 카드도 꺼내 들었다.
여주시 역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시선 여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여주의 운명, 이제 되찾겠다”며 “한국마사회 본사와 레츠런파크를 여주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특히 여주가 수도권 동남부 교통 요충지라는 점을 언급하며 경강선과 주요 고속도로망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밖에도 고양, 김포, 화성 등 다수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며 경쟁은 점점 과열화 하는 모습이다.
◇ 과천, 연 500억 세수 증발 위기
과천 경마장은 단순한 여가시설을 넘어 과천시 재정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과천시가 한국마사회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간 약 500억원. 과천시 전체 예산이 약 4900억원인데, 이 중 10% 수준에 달한다. 단일 시설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십분의 일을 책임지는 사례는 드물다.
과천 경마장이 만들어내는 세수는 단순한 재산세가 아니다. 경마 운영에 따른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다. 반면 아파트는 입주 이후 재산세·취득세 중심의 제한적 세수에 그친다. 공급 초기에는 기반시설 조성 비용과 행정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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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4년 (2022년~2025년)동안 과천시에 연평균 496억원의 세금을 냈다. 지방세에 더해 마사회가 경기도에 내는 레저세의 3%인 60억~70억원가량이 추가로 과천시에 들어온다. 올해 과천시가 마사회에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은 모두 508억원. 과천시 올해 예산 4917억원의 10%를 넘는다.
기존에는 경기북부에서 주로 유치권을 내세웠는데, 최근 시흥, 화성시 등도 뛰어들면서 경기남부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박근문 노동조합위원장은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국감 사이 계획을 만들 예정”이라며 “현재 경기도권에서는 성남시와 하남시를 제외하고 다 마사회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각 지자체는 마사회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세수로 지역경제에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경마장이 정부의 계획대로 경기도 내로 이전할 경우 유동 인구 감소에 따른 상권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주택 단지 조성으로 지방소득세, 재산세 등 거주자들이 내는 각종 세금이 새로 들어오는 점을 감안해도 이득보다는 손실이 크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에 박 위원장은 “마사회를 이전 하면 당연히 당장은 적자가 발생하고 메꿔주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이런 적자를 메꿔졸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가 먼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전을 하면 당장 적자를 메우고 이전 비용을 합쳐 연간 약 100억정도밖에 못 받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국가에 들어가는 세수도 줄어들게 되는 구조”라며 우려를 전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