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NH, 선순위 대출 투입에도 리파이낸싱 무산
한투리얼에셋운용 ‘반대’, 사업장 인수까지 염두
[땅집고] 서울역 인근의 총 사업비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 개발 사업이 공매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대출을 받아 사업을 정상화시키려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사업장 전체를 인수하려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협의 과정이 길어지는 사이 공매에서 헐값에 사업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업용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시한 ‘이오타 서울2’ 사업 정상화를 위한 리파이낸싱 방안이 한투리얼에셋운용의 반대에 부딪혔다. 중국계 자본으로 매각을 앞둔 이지스 측은 광역교통망의 중심지인 서울역 인근에 상징성과 수익성을 갖춘 하이엔드 오피스 개발에 역량을 총동원했으나, 대출 만기 연장은커녕 사업장을 통째로 내줄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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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주단 중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사업권을 통째로 인수하기 위해 이지스 측의 리파이낸싱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대출 약정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거나 추후 공매에서 입찰가격이 내려가면 낙찰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 사이 사업장은 통째로 공매로 넘어갔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일대 서울로·메트로타워와 토지 등 물건에 대한 공매를 지난 14일 공고했다.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액인 약 1조1196억원으로, 오는 27일 1회차 입찰을 진행한다.
◇ 대명소노·메리츠·NH 구원등판, 리파이낸싱 조건 완성
이오타 서울2는 지하 9층~지상 34층 규모 업무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 2조1963억원에 달한다. 이지스 측은 2024년 3월 초기 자본 약 1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7170억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선순위(트렌치A) 4800억원, 중순위(트렌치B) 1400억원, 후순위(트렌치C) 970억원 구조다. 이 중 국민은행이 1500억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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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6개월 단위로 브릿지론을 연장해오다가 올해 1월 17일 만기가 도래했다. 3.3㎡(1평)당 약 6000만원에 달하는 개발원가, 준공 후 공실 우려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순위 대주는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했다.
이지스 측의 사업 정상화 노력 끝에 리파이낸싱 방안을 도출했다. 대명소노가 후순위 대출 형태로 700억원을 투자하고, 선순위 대주를 메리츠금융그룹(3600억원)과 NH투자증권(1300억원) 교체하는 것을 확정했다.
◇ 한투리얼에셋, 사업 인수 시도…공매 낙찰 시 무용지물
IB업계에 따르면, 한투리얼에셋운용은 다음달 20일까지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사업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중순위 대주 중 가장 큰 950억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대출금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자금이 장기적으로 묶여 위험부담은 커지지만, 그만큼 수익성은 높일 수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를 투자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투리얼에셋운용 측도 부동산대출펀드 수익자 설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있어서 수익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장 인수 시 이지스 측이 리파이낸싱 완료 후 6개월 치 이자 전액을 지급하기로 한 조건도 포기해야 한다.
이지스의 리파이낸싱 완료 혹은 한투리얼에셋운용의 사업 인수 방안 모두 공매에서 낙찰자가 등장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27일 1회차 입찰을 시작으로, 유찰 시 매영업일 최저입찰가격이 낮아지면서 입찰기일이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한투리얼에셋운용이 리파이낸싱에 반대한 배경에 공매를 통해 사업장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 한투리얼에셋운용이 과거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낸 ‘약탈적 금융’의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대구, 안산, 인천 등 사업장에서 대출 만기 연장에 거부해 EOD를 유발한 뒤 공매를 통해 사업장 자산을 저가에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업계에서는 최저입찰가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1회차에 즉시 낙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브릿지론 규모(7170억원)나 시행사의 감사보고서상 해당 사업장 가치(약 8300억원)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사업 정상화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비드에 따르면, 5월 4일 진행되는 5회차 입찰기일 최저입찰가는 8020억원, 6일 6회차 입찰기일 최저입찰가는 7619억원으로 낮아진다.
이지스 관계자는 “남은 기간 리파이낸싱을 완료하기 위해 대주단을 설득하고 있는 상태”라며 “한투리얼에셋운용이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지만, 리파이낸싱 협의를 위해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