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부동산 시장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극심한 ‘디커플링(비동조화)’ 국면에 진입했다. 강남권 초고가 단지들이 다주택자 급매물에 수억 원씩 몸값을 낮추는 사이, 외곽 지역은 전세난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는 최근 강남권의 하락세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소위 ‘강남 3구’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서울 외곽인 광진구, 중구, 성북구, 구로구 들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뛰어들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의 이면에는 '공급 절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인 ‘삼토시’(필명)는 최근 지표를 근거로 “현재 서울 주택 시장은 명백한 버블 구간에 진입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심각한 공급 부족이 이 버블을 강제로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있다. 외곽 지역의 상승세 역시 공급 가뭄 장기화를 우려한 수요자들의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은행에 묵혀둔 돈" 3천만 원으로21채 일궈낸'부동산 경매 수익'의 비밀
◇주택구입부담지수, 2008년 침체기 직전 전고점 수준
삼토시는 가장 먼저 ‘주택구입부담지수(HAI)’를 근거로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이 펀더멘털상 고평가(버블)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과 달리 대출 금리까지 반영해 체감 부담을 정확히 보여주는 이 지표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5.1을 기록했다.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의 집을 살 때 매월 소득의 41.3%를 고스란히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중장기 평균(33.1%)을 훌쩍 넘는 수치이자, 과거 서울 집값이 장기 하락장에 빠지기 직전인 2008년 2분기(41.2%)와 맞먹는 수준이다.
삼토시는 “2026년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9억 8900만 원으로 오르고, 주담대 가중평균금리 역시 4.32%로 상승했기 때문에 올 1분기 지수는 과거의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며 “과거 지수가 이 수준에 다다랐던 2008년 이후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조정이 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짚었다.
◇착공 물량 반등은 착시 현상… 민간 공급은 턱없이 부족
통상적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임계점에 달하면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가격이 꺾여야 한다. 하지만 삼토시는 2026년 현재 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굴러가는 결정적 변수로 ‘실질적인 공급 부족’을 지목했다.
그는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이 2023년 10만8000만호로 바닥을 찍고 2024~2025년 15만호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여기에는 숨은 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착공 물량 중 공공부문 비중이 2022년 11%에서 2025년 27%로 급격히 뛰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주택 매매 수요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민간 분양 아파트 공급은 여전히 메말라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급 부족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나프타 대란이 부른 공사비 폭등… 버블을 용인하는 시장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촉발한 ‘공사비 폭등’이다. 삼토시는 최근 발생한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중동발 나프타 수입이 막히면서 건설 현장이 마비되고 있는 점을 심각한 악재로 꼽았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콘크리트 혼화제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고, 아스팔트 가격은 전쟁 전보다 70% 가까이 치솟았다. 페인트 역시 50% 이상 올랐다.
삼토시는 “실제 서울 마천4구역 재개발조합의 경우 시공사가 평당 공사비를 기존 585만 원에서 960만 원으로 66%나 올려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라며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대폭 올리지 않고서는 시공이 불가능해졌고, 이는 공급 감소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필수재인 식량도 흉년일 때 평년의 가치 기준이 적용되지 않듯, 주택 역시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부동산의 버블이 심화되거나 용인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서울 상급지를 제외한 지역까지 매매가 상승이 일어나는 것도 향후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향해 “역설적으로 말하면, 꽉 막힌 공급 부족 상황이 해소될 때 현재의 버블도 꺼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어떠한 시장 환경의 변화가 생겨 대규모 공급이 명확히 예상되는 시점이 온다면, 그때는 버블 붕괴 가능성을 대비해 시장 참여도를 낮추거나 엑시트(Exit)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