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 마지막' 서리풀2지구, 왕사남 후폭풍...'단종 장인' 묘역 두고 개발 갈등

뉴스 구민수 인턴기자
입력 2026.04.20 09:18 수정 2026.04.20 11:43

‘국토부 협의 없이 밀어붙였다’, 서리풀2지구 일방 개발 갈등 확산
주민들 침묵시위·소송전 예고
문화유산·환경 vs 주택 공급 정면충돌

[땅집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송동마을 곳곳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종의 장인 묘역이 있고 송씨 문중이 600년간 터를 잡아온 이곳은 최근 정부의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이나윤 기자


[땅집고] “국토교통부는 주민과의 단 한 차례 사전 협의도 없이 그린벨트 해제와 강제 수용을 전제로 한 일방적인 개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를 존중하고 환경과 상생하는 ‘존치형 개발’로의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리풀2지구의 송동마을 주민단체는 ‘존치형 개발’을 주장하며 정부에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문화유산과 환경 보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서리풀지구에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보존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단종과 관련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단종의 장인 송현수 일가 묘역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리풀지구 개발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2024년 11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약 2만 가구 규모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올해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9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땅집고] 양재IC 남측에 그린벨트 해제 부지인 서리풀지구 위치. /제작=임금진


사업은 1지구와 2지구로 나뉜다. 서리풀1지구는 약 201만8074㎡ 부지에 1만8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지난 2월 지구지정을 마치고 현재 지구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19만3259㎡ 규모에 2000가구가 계획된 서리풀2지구는 주민 반발로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한 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 침묵시위·법적 대응, “절차적 정당성 상실한 행정”

지난 13일 우면동 성당 신자들과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은 첫 침묵 시위를 열고 성당과 마을을 보존하는 존치형 개발을 요구했다.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약 4000명의 신자가 이용하는 우면동 성당을 포함한 개발 계획에 대해 서초구 가톨릭 12지구 소속 11개 성당 신자 등 총 9500여명이 서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민 측은 참매, 흰꼬리수리 등 법정보호종 서식 자료를 공개하고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핵심은 2지구 내 송동마을과 식유촌이다. 송동마을은 고려 원종 11년(1270년) 송씨 일가가 이 일대 토지를 하사받아 정착하면서 형성된 집성촌이다. 단종의 장인으로 알려진 송현수 일가의 묘역이 자리해 최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인접한 식유촌 역시 여산 송씨와 전주 이씨, 경주 최씨 등이 수백 년간 함께 살아온 전통 마을이다.

이 곳은 국가유산청이 확인한 매장 유산 유존 지역으로, 약 2만4745㎡ 규모의 ‘여산 송씨 묘역 추정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 전 시굴 조사와 정밀 발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원형 보존 조치가 내려질 경우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다.

환경 문제도 제기됐다. 인근 우면산에서는 참매, 황조롱이,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며 보존된 결과 양호한 생태 환경이 유지돼 왔다며, 고밀도 아파트 개발이 환경 정책 취지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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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문화유산과 환경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소송과 규제로 이어져 사업 지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발 찬반을 넘어 ‘개발 방식’을 둘러싼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2만가구 공급 속도전 속 ‘절차 논란’

주민 단체는 국토부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민 반발로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잇따라 무산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청회를 생략하고 신문 공고로 절차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현행법상 가능한 절차지만, 실질적인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땅집고] LH 서울지역본부가 공고한 ‘서울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지장물 기본조사 용역' 발주 공고. 현재 LH는 선정된 업체와 계약절차를 진행중이다. /LH



지난 7일 LH는 지난달 공고한 ‘서울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지장물 등 기본조사 용역’의 개찰을 완료하고 계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구 지정 이전 단계에서 해당 용역을 통해 보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지구 지정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을 서두르는 것을 두고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업을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민들은 문화유산과 환경 요소를 사전에 반영하면 오히려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성당과 송동마을, 식유촌이 전체 면적의 1.88%에 불과해 일부 존치만으로도 공급 목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법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min0212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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