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바꾼 부동산 지각변동> 삼성 그룹 헐값 매각 특혜 논란 뚫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까지
②셔틀 370대, 인구 100만…동탄은 삼성의 거대 기숙사
[땅집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DS) 직종에 종사하는 이서윤(가명·34)씨는 지난해 3월 결혼을 앞두고 동탄역 인근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33평형(전용면적 84㎡)을 11억원에 매입했는데 1년 만에 3억원이 넘게 올랐다. 이씨는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면 셔틀버스 이용이 제한돼 아예 처음부터 동탄으로 신혼집을 정했다”며 “집을 매입할 당시 동탄 집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 생각했는데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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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보다 친숙한 ‘삼성 버스’의 위력
경기 남부의 자족형 신도시로 거듭난 동탄신도시는 ‘삼성의 도시’로 불린다. 이곳에선 삼성전자 셔틀버스가 사실상 시내버스 역할을 한다. 1·2신도시 곳곳을 도는 셔틀버스만 370대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의 8배 규모다. 다른 지역보다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승강장도 많다. 동탄 지역에 집중된 370대의 셔틀망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통근 네트워크’로 만든다. 지하철보다 더 촘촘한 기업 교통망이 구축된 셈이다. 이씨는 “동탄신도시는 오히려 개인 프라이버시가 없을 정도로 직장 동료들이 많다”며 “반도체 자본이 만든 거대한 ‘삼성 타운’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삼성전자 실적은 동탄신도시 경기·집값과 직결된다. 지금과 반대로 3년 전엔 성과급 쇼크에 지역 전체가 술렁이기도 했다.
동탄신도시는 겉으로는 철도 교통과 백화점, 공원 등 화려한 인프라 덕분에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삼성의 기업 시스템이 도시를 움직이는 엔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적의 출퇴근 동선과 사내 어린이집 이용 등이 주거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출신 젊은 맞벌이 부부가 동탄에 밀집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사내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동탄으로 곧 이사를 갈 생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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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는 약 4만명, 기흥캠퍼스에는 3만명 안팎이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동탄신도시에 1만6000㎡(약 4840평) 규모의 제조기지를 지었다. 동탄은 AMAT, ASM, 도쿄일렉트론 등 세계 10도 반도체 장비회사 및 1600여 개 관련 기업이 밀집한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공장의 지방 이전론이 나오지만, 이미 동탄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도체 생태계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 규모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지속적인 인구 유입에 힘입어 화성시는 인구 100만명을 돌파했고, 동탄은 별도의 ‘구’로 분구되는 단계까지 왔다. 고양, 수원, 창원 등 기존 특례시들이 인구 감소를 겪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맞벌이 비중이 높은 30~40대는 시간을 아끼는 ‘타임 푸어(Time-poor)’ 성향이 강해 직주근접을 더욱 중시한다”며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주거 수요가 더욱 집중되면서 경기도 내 지역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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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불가능 도시, 미분양 우려 딛고 반도체 성지로
사실 동탄신도시는 시작부터 삼성의 배후도시로 기획됐다. 서울 도심에서 직선거리로 40㎞나 떨어져 개발 당시만 해도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라는 비판과 함께 미분양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삼성이 부지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있었다. 2005년 LH(당시 토지공사)가 동탄 1신도시 개발 당시 16만 7000평을 삼성에 매각했는데, 매매 대금 3709억원이 조성원가보다 저렴해 약 985억원의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동탄을 수도권 남부 최고의 신도시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너무 멀어 기업 유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 삼성 투자가 도시의 성패를 가른 셈이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화성시 귀속 법인지방소득세가 1조원~1조3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감안하면 헐값 특혜 논란은 허무하다.
이 같은 흐름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천 사업장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용인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본격 가동되면 셔틀버스를 중심으로 한 직주근접 이동 축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대규모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올해 영업이익 250조원을 달성할 경우 25조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며 직원 1인당 평균 약 7억원(세전)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산업단지 주변에 형성되던 ‘베드타운’ 개념은 빠르게 사라지고, 기업이 직접 만든 교통망과 고소득 구조가 결합해 도시의 중심축 자체를 이동시키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특히 동탄신도시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이 현재 수서역까지 운행하고 있지만, 올 6월부터 서울역까지 연결되면 이동시간이 20분 대로 줄어든다. 직주근접 뿐 아니라 서울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인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화되면 가장 직접적인 수혜지는 직선거리로 20㎞ 떨어진 동탄신도시가 될 것이다”며 “이미 형성된 주거 인프라와 생활 편의시설을 감안하면 신규 배후 주거지보다 동탄의 흡수력이 훨씬 크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