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주차장·화단까지 번지는 위험
금연아파트라지만…관리 사각지대 여전
[땅집고] “아이들 노는 놀이터 옆 벤치에만 앉으면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나요. 어디서 나는지 보니까 벤치 옆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더라고요. 바로 옆이 풀숲인데, 불이 붙으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무심코 버려진 담배꽁초가 ‘대형 화재의 씨앗’이 되고 있다. 평소에는 사소한 생활 민원으로 여겨지지만, 건조한 봄철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화단, 배수구, 주차장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은 공간에서는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홍콩 ‘왕 푹 코트(宏福苑)’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고로 168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조사에서는 통풍구 플랫폼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인화 물질에 불을 옮긴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의 콘크리트가 가장 심하게 손상된 점, 현장에서 담배꽁초와 장갑, 종이상자 조각 등이 발견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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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을 뚜렷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금연아파트’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입주민 합의에 기반한 자율 규제에 그친다. 실제 단지 내에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 CCTV로도 투기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관리 주체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이라는 점에서 강제력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입주민 간 갈등만 반복될 뿐, 실질적인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에 거주 중이라는 한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면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고 바닥에 담배꽁초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며 “금연아파트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편,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할 경우 약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반 쓰레기 무단 투기의 경우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 CCTV로도 투기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관리 주체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