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6개월째 수장 공백?
現정부, 내부 출신 인사 ‘전원 반려’
장기 공백에 사업 차질 우려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임 사장 재공모에 나섰지만 수장 공백 사태는 어느덧 6개월에 육박한다. 통상 2~3개월이면 마무리되는 인선 절차가 반년 가까이 길어지면서 공기업 운영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내부 출신 배제 기조를 사실상 유지하면서 이번 인선은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정부 반려에 인선 원점…“내부 출신 후보 배제”
LH는 오는 16일까지 신임 사장 재공모를 진행한다. 임기는 3년이며, 경영평가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LH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후보를 추천하면, 인사 검증을 통해 최종 임명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미 한 차례 인선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LH는 지난해 11월 공모를 진행했고, 12월 임추위는 내부 출신 전현직 임원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LH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후보 인원이 내부 인사인 것은 맞는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며, “극비로 진행되다보니 명단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외부에 훌륭한 사람이 없어 내부에서 사장을 뽑기로 했느냐”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올라온 후보 3명이 모두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LH의 내부 인사 챙기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후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LH 사장을 내부에서 임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인선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사장 자리는 현재까지 공석 상태다. 전임 이한준 사장이 지난해 10월 면직된 이후 약 6개월째 수장 없는 조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앞서 직무대행을 맡았던 이상욱 부사장이 올해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모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LH 임추위원 일부를 교체하는 등 인선 구조 전반에 대한 쇄신 작업에도 착수했다. LH 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추위 추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국토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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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내부 승진 많았는데…이번에는 왜?
LH 사장은 그동안 내부 승진이나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이해도가 높고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 정부는 LH 혁신을 명분으로 내부 출신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해 출범한 LH 개혁위원회 역시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예고한 상태다. 즉, 내부 인사로는 기존 관행을 끊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모 절차는 형식적으로 열려 있지만 사실상 내부 출신을 배제하는 구조라면 공정 경쟁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인사 후보군으로는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과 이성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사장은 SH공사 재임 당시 분양원가 공개, 공공주택 정책 비판 등 강한 개혁 행보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지난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명한 인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경실련에서 활동하며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잇따라 날카롭게 지적해 ‘저격수’로 불린 인물이다.
당시 김 사장은 매입임대주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매임임대주택 물량은 김헌동 사장 취임 이후 2022년 기준 828가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주택업계에선 사실상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손을 놓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지난 2023년에도 매임임대 물량은 1916가구에 그쳤다.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사업과 결을 달리한다는 분석이다.
인천 출신인 이 전 의원은 민주당 재선 의원을 지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공공기관 개혁과 산업정책, 행정감사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그러던 중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당선을 위해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하는데 관여한 의혹을 받은 바 있으나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통상 인선에는 2~3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5월 중 신임 사장이 선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후보 검증 과정에서 다시 내부 진통이 발생할 경우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인사에서 LH를 비롯해 최인호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 등에 이어 주택공급 정책 관련 3대 공공기관장이 모두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질지가 최대 화두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