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남았는데…“집 팔아야 하니 나가라”
임차인, 수천만원 손해 하소연
계약 갱신 청구권 쓸 수 있을까
[땅집고]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갑자기 나가달라고 하니 황당해요. 안 나가면 거래가 안 된다고 압박하는데, 결국 손해는 세입자가 떠안는 구조예요. 그 사이 월세도 올라서 50만원을 더 주고 들어가야하니 답답하죠”
최근 임대기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이사비를 주고 내쫓는 형태의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는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퇴거 요구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임차인의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2025년 1월 월세 100만원에 계약해 2027년 1월 만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029년까지 거주할 계획이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합의를 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겠다며 올해 11월까지 나가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집주인은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복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급등한 전월세 시세다. 해당 임차인은 “다른 집을 알아보니 월세가 50만원 이상 오른 상태”라며 “결국 집주인 요구대로 나가면 2년 동안 약 1200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고 했다. 결국 해당 누리꾼은 “계약을 유지하며 거주를 계속할지,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합의 퇴거를 해야 하는지, 법적 분쟁을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토허제發 조기 퇴거 압박도
이처럼 임대 기간이 남았는데도 임차인에게 합의를 종용해 내보내려는 사례는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있다. 일부 토허제가 적용된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수 자체가 어려워 세입자가 낀 상태로는 거래가 사실상 불가하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매도를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 만기를 앞당겨 퇴거를 요구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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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배경으로는 임대사업자 제도 변화를 꼽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매입형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의지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전월세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매입형 등록임대제는 민간이 소유한 주택을 임대하는 민간등록임대의 한 형태로 문재인 정부 초기 각종 혜택이 부여됐으나 다주택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18년부터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현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본격적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해당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물량이 줄어들 경우 전체 전월세 시장의 가격 기준선도 올라가게 된다. 특히 서울은 전반적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동시에 월세 전환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임차인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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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틸 권리 있다…하지만 현실은 합의 퇴거?
그렇다면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는 전제 하에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김예림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거나 매매가 되는 경우를 포함해 매수인이 들어와 사는 경우에도 그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못하게 된다”며, “임차인 보호라는 것도 일정 부분 그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임차인이 갑자기 퇴거해야 할 경우 이미 오를대로 오른 전세와 월세가격에 대한 충분한 보상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임대인에게 보상하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현재 수요와 공급 자체가 잘 안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 묶어 놓은 상황이라 임대차 수요 공급 자체가 없어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매물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해당 기한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해도 세제 혜택을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5월 9일까지 계약을 완전히 마쳐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준을 완화해 매도 물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