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맹모는 투기꾼?" 자녀 교육 위한 전세살이도 '비거주 1주택자' 불이익

뉴스 구민수 인턴기자
입력 2026.04.08 09:55 수정 2026.04.08 11:03

비거주 1주택자 중 ‘학군지 수요’도 투기꾼 취급?
앞으로 시장에 세가지 충격 닥칠 것
장특공제 제외로 세 부담 증가, 전세시장 불안
마지막 교육 사다리 완전히 끊길 우려까지


 


[땅집고]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자녀 세대의 삶을 바꿔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인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규제로, 이제 학군지 못 갈 수도 있습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줄줄이 내놓던 이재명 정부의 화살이 이제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집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해당 주택이 아닌 다른 집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그 이유가 투자·투기성이라면 장기 보유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이 나온 것.

이재명 대통령은 개인 SNS에 “갭투자용이 아니라 주거용인데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는 제외됨이 명백하다”고 했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방침상 ▲타지역 발령 ▲학업불능 해소(지방 학생이 서울소재 대학교에 합격해 온 가족이 상경하는 등 ) ▲질병치료 ▲부모 봉양 합가 등의 경우에는 비거주 1주택자더라도, 예외적으로 실거주 의무에서 제외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자녀 교육 등으로 일시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고 쓰는 건 몰라서일까, 알면서 그러는걸까”라고 언급해, 앞으로 1주택자가 자녀 교육을 위해 입시 기간 동안 학군지로 이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언론에 “1주택자가 사교육이나 학군을 쫓아 전세와 월세로 이사하는 경우는 (실거주 의무 예외 및 구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 “학군지 이주도 투기인가” 시장에 닥칠 세 가지 충격파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이제 학군지 못 갈 수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닥터마빈’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이 작성한 글이다.

이 글에서 닥터마빈은 “대통령과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앞서 직장 이동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한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정의했다”면서 “흥미로운 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 투자하며 1주택을 유지하는 경우 외에도, 자녀 학군지를 위해 이사한 가구도 투기꾼에 포함시켜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 중 학군지 이사 수요를 규제하는 경우 크게 세 가지 충격파가 시장에 닥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세금 문제다. 비거주 1주택이 실거주 1주택과 분리 과세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건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여부라는 것. 현행 세법상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합산해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이 별도 범주로 재편되는 경우 실제로 거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혜택은 크게 축소되고, 이에 따라 1주택자더라도 집을 팔 때 세 부담 차이가 수천만원을 넘어 수억원 단위로 벌어지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두 번째로 전세 시장에도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닥터마빈은 “학군지 전세 수요를 정책적으로 압박하면 사람들은 세 갈래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먼저 세금과 금융 비용을 감수한 채 버티는 선택이 점쳐진다. 이 경우 본인이 버틴 세 부담 만큼 본인이 임대한 집에 세금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즉 세수부담 전가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가격을 오를 것이란 얘기다. 이어 대출금 부족이나 세 부담으로 학군지 전세를 포기하고 실거주 자가로 복귀하는 가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집주인의 자가에 전세로 살던 임차인도 쫓겨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 감소 현상을 부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아예 비거주 집을 매도하고 학군지 주택을 매수해서 이사하는 선택도 가능한데, 이런 수요가 몰리면 학군지 집값을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

닥터마빈은 “자녀가 입시 기간이라면 더욱 학군지에서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비거주 1주택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만약 기존집을 매도하고도 학군지 아파트를 매수하기 어려운 가구는 학군지 인접한 비아파트, 혹은 라이딩이 가능한 지역의 아파트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일반 지역의 전세 공급이 줄고, 학군지의 매매가격이 상승·전세 수요는 왜곡되며, 결국 전세 가격과 월세화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투기를 잡겠다며 꺼낸 규제가 오히려 거주 불안을 키우고 사회적 비용을 더욱 증가시키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 닥칠 세 번째 충격으로는 주거 이동의 제약을 넘어, 자녀 세대의 계층 사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가구는 세금을 더 내거나 집을 아예 매수하면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구는 결과적으로 학군지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것. 결국 이재명 정부의 규제가 부모 세대의 자산 이동 뿐 아니라 자녀 세대의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까지 제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교육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우려까지

그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많은 가정에게 자녀 세대의 삶을 바꿔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다. 그런데 정부가 학군지 이동을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사다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면서 교육 목적으로 이동하는 1주택자의 움직임을 투기로 간주하는 정부 방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닥터마틴은 학군지로 이동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무조건 내 자식이 서울대나 의대를 가야 해서, 혹은 사교육에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유해시설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 술집보다 도서관과 학교, 공원이 가까운 곳, 면학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경우도 많다는 것. 부모들이 자녀의 중요한 순간을 위해 일시적으로 학군지에 왔을 뿐인데, 이들을 투기꾼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사를 가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투기꾼 취급받는 것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현직 대통령 역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기 위해 약 4년간 자신의 분당 집을 두고 계양에 전세를 얻어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역시 당시에는 거주와 생존, 그리고 목적을 위해 주거 형태를 바꾼 '실수요자'였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이어 “이처럼 주거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이 실수요의 이동까지 막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더 이상 국가 정책이 아니라 ‘거주 이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자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글을 마쳤다.

이 글을 접한 대부분 네티즌들은 깊이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댓글 중에선 “포퓰리즘 표를 위해 이렇게까지 시장을 망가뜨려야만 하나 싶다”, “가난한 집 자녀는 전세로도 학군지에 못 오게 교육 사다리도 끊어버리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를 묶은 단어로 사회 서열에서 최하위에 있는 사람을 뜻함) 철학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min0212su@chosun.com


화제의 뉴스

"한방병원도 가업상속공제 해달라" 한방병협, 국회에 법안 수정 요구
"금융위에 부동산 간신 있다" 대통령 멘토마저 등돌린 대출 정책
서울 전월세난에 부천으로…'역곡역 월드메르디앙' 눈길
오세훈, 李대통령 주장 정면 반박…"주택난 원인은 박원순표 정비구역 해제"
1조 용인 반도체 산단, 공사 입찰 논란…평가위원 선정 깜짝 변경에 반발

오늘의 땅집GO

"2033년 개통도 확실치 않다" 또 멈춘 서울 7호선 청라연장선, 왜?
2번 유찰됐던 송파 재개발 반전, '디에이치' 품고 잭팟 터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