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통령의 감춰진 '부동산 브레인'은 미국 박사 출신 무주택 수석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6.04.06 06:00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책의 설계자는 누구
유튜버 전문가, 국토부 전 차관 등 거론돼
부동산 정책들 하준경 수석 과거 칼럼과 겹쳐

[땅집고]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비서관./조선비즈,대통령실사진기자단


[땅집고] “도대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브레인은 누구인가.”

최근 부동산 업계의 최대 화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김수현 정책실장이 ‘왕수석’으로 군림하며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존 관료나 전통적인 전문가들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파격과 실험의 연속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준비한 특급 책사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브레인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엔 대통령이 발언을 하기 보다는 김수현 당시 정책실장이 직접 발언을 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가 쉽게 드러났다.

현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내는 데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정책 참모는 김용범 정책실장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김 실장은 관료 출신으로, 부동산을 직접 담당한 적도 없는데다 그의 관련 발언도 대통령의 설명을 부연설명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서는 대통령의 40년 지기 정책 멘토라는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심지어 유튜버들 이름까지 오르내리고있다. 하지만 전문성, 이론적 배경, 대통령과 상시 접촉 정도 등을 감안하면 브레인이라기에는 뭐가 부족해 보였다.

휘몰아치는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정책과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한 발언 등을 쏟아지면서 최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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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20대 대통령선거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 4번째) 지지유세에 참가한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오른쪽 3번째)./연합뉴스


◇ 하 수석, 확실한 부동산 소신파

하 수석이 그간 시장의 레이더망에서 비껴나 있었던 것은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본인의 성격과 함께 직함 자체가 ‘부동산’이 아닌 ‘경제성장’이었기 때문이다.

하 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구조 전환과 성장 전략 설계를 총괄하면서 산업 재정 소득 정책을 통합 기획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 수석은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 데 그의 지도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이다. 그는 혁신성장 전문가인 스승과 함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 수석은 전형적인 엘리트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 브라운대 박사를 거쳐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부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임한 실용주의적 중도파 학자로 성장과 금융, 특히 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을 주로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교 홈페이지에 관심 연구관심 분야를 ‘거시경제, 경제성장, 화폐 금융’으로 표시했다.

땅집고가 하 수석이 대학교수 재임시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다수 분석한 결과,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논리와 철학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 수석은 과거 각종 칼럼을 통해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을 주식시장 등 생산적 금융으로 이동시키는 머니무브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강조해왔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부동산에 투기적 자금이 몰리면서 연구개발(R&D)이나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 임대료나 땅값을 지탱하는 데 사용되면서 자본 생산성이 떨어진다. 높은 주거 비용은 청년 세대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혼인과 출산 기피로 연결되고 노동을 통한 소득보다 부동산 소유를 통한 자산 증식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지면서 사회적 상실감과 양극화가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동산 망국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대책으로 부동산 보유비용(보유세)를 올려 자금이 생산적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 때인 2021년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 대통령은 하 수석이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보고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본선 캠프에서도 경제 정책 기획자로 경제 성장 공약을 설계했다. 작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됐다.

◇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하준경의 부동산 망국론 해법

그가 과거에 쓴 글들을 보면 현재 정부가 왜 이토록 부동산 대출의 목줄을 죄는지 답이 나온다.

하 수석은 2020년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투기와의 전쟁, 약탈적 대출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대신 담보 가치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약탈적 대출’이라 규정했다. “갚을 능력이 안 되는데 대출을 해주는 건 도박판으로 떠미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의 부동산 대출 규제의 이론적 토대이다.

하 수석은 2021년 한 칼럼에서 “서울의 평범한 아파트가 연봉의 10배가 넘는 신용을 창조한다”면서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중심 금융관행과 결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전세 대출의 규제도 역설했다. 주택시장의 정상화를위해서는 부동산부문으로의 대출을 엄격하게 규제해서 생산적 활동으로 금융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선언한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의 이론적 배경이다.

하 수석은 2021년 8월 기고문에서는 “부동산의 가치 저장 수단화를 제어할 수 있다. 단, 즉 빈틈없는 금융 규제와 땅값에 비례한 적정 보유세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외가 많을수록 시장은 혼란해지는데, 재산에 대한 세금은 소유자가 누구든 재산 가치에 비례해 부과해야 왜곡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 또 칼럼을 통해 “분양가를 충분히 저렴하게 하되 이 주택들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시가의 1% 이상으로 선진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인상론 담론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그는 “금융기관들도 대출이 투기적으로 쓰이는지를 심사하고 감시 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쓰려고 사업 자금이라 속이고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용으로 쓰면 사기죄로 형사처벌 된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과거 신문 기고문만 놓고 보면 그의 전공 분야가 ‘부동산 규제론’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 ‘무주택’ 수석, 대통령의 ‘부동산 의지’와 일치

흥미로운 점은 하 수석 본인이 ‘무주택자’라는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 참모 4명 중 1명이 다주택자인 것과 대조적이다. 재산 공개에 따르면 그는 분당 아파트에 7억 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다.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가장 잘 맞는 ‘코드’인 셈이다. 하 수석은 청와대 합류 이후 부동산 관련 발언을 아껴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오는 메시지와 정책에는 하 수석의 ‘전공’보다는 ‘철학’이 깊이 묻어 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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